2018년 09월 23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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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하동 SM Jeong 와이너리 정성모 대표

하동 대봉감으로 ‘와이너리 꿈’ 숙성 중인 꽃중년
미국 파견근무 때 와이너리 50여곳 다니며 와인에 눈떠
고향 돌아와 건물 짓고 2016년부터 ‘대봉감 와인’ 연구

  • 기사입력 : 2018-07-1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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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동군 악양읍 축지리의 도로에서 산으로 나 있는 좁은 길을 조심스럽게 500여m 올라가면 흰색 벽면에 붉은 계통의 기와지붕을 가진 지중해풍의 멋진 집이 모습을 드러낸다. 매년 가을이면 축제가 열리는 악양면의 주산품인 대봉감으로 와인을 생산하는 ‘SM JEONG 와이너리’이다. 대봉감 나무들에 둘러싸여 산 중턱에 위치한 와이너리는 소설 토지의 배경인 평사리와 들녁 가운데 부부송을 내려다보며 최참판댁과 마주해 와이너리로서 나름 운치가 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 마음 좋은 아저씨의 외모인 정성모(50) 대표가 반갑게 맞아준다.

    정 대표는 하동이 고향이지만 이곳 악양에서 조금 떨어진 북천면에서 나고 자랐다. 그는 진주로 진학하면서 고향을 벗어났고, 고려대 행정학과를 나와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하면서 사실상 고향을 떠났다. 16년 동안 몸담은 삼성생명을 퇴사해 IT업체로 옮겼다가 지난 2015년 고향으로 돌아왔다. IT업체에 근무하면서 3년간의 미국 파견 근무는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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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모 SM Jeong 와이너리 대표가 대봉감 와인을 만들 때 당분에서 알코올로 전환되는 발효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와이너리에서 와인에 눈뜨다

    “미국 와인의 생산지로 유명한 나파벨리와 소노마가 집에서 가까워 미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50군데 이상의 와이너리를 방문했다. 와이너리마다 다른 와인 맛을 보면서 와인에 대한 안목을 키우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와이너리를 방문해 와인을 마시면서 여유롭게 주말을 즐기는 문화가 한편으로 부러웠다.”

    정 대표는 미국 생활 중 와인을 본격 접하긴 했지만 자신이 와인을 만드는 일은 인생 계획에 없었다. 전공이나 지금까지 이력이 와인 생산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현재 와이너리 부지도 은퇴 후 농사나 지으면서 노후를 보내려고 미국에 가기 전 구입했다.

    미국에서 돌아와 와이너리 건물을 설계하고 건축하는 과정에서 그의 생각은 조금씩 변해 갔다. 하동은 매실과 대봉감이 특산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수요가 많지 않아 판매 부진으로 농가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만도 매실은 가격이 폭락해 수확을 포기한 농가가 많았고, 대봉감의 경우 매년 가격 하락으로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봉감을 원료로 와인을 만든다면 판로에 어려움을 겪는 대봉감을 소비시키고, 지역특산물을 홍보할 수 있다는 작은 사명감이 생기면서 대봉감 와인의 연구는 시작됐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와이너리가 영동과 영천, 김천 등 포도가 많이 생산되는 지역을 위주로 400여 군데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국산 와인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외국 와인에 비해 맛과 가성비가 떨어지는 게 이유다. 외국의 포도 품종을 우리나라에 심더라도 지리적 영향과 기후가 달라 똑같은 와인맛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래서 포도가 아닌 사과나 다래, 감 등 국내에서 생산되는 과일로 와인을 만들어 보지만 제조 역사가 짧고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아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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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모 대표가 대봉감 와인을 들어보이고 있다. 와인병의 라벨은 임시 라벨이며 현재 정식 라벨 작업이 진행 중이다.


    ◇대봉감 와인 브랜드 ‘가므로’ 상표등록

    정 대표는 지난 2016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대봉감 와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와인에 대한 체계적인 이론을 습득하지 못한 그에게 대봉감으로 와인을 만드는 것은 험난한 과정이었다. 대봉감은 포도와 산도가 달라 성분 면에서 오히려 포도로 와인을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렵다.

    그는 강소농연합회 내에 하동와인연구회를 주도적으로 설립하고 농업기술센터에서 발효교육 등 와인 생산에 필요한 여러 가지 교육을 이수했다. 대봉감 와인을 생산해 보겠다는 그의 의지에 대해 하동군은 와인 기술 전수를 위한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정 대표는 충남 예산에서 사과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를 찾아가 그곳의 전문가를 멘토로 와인 제조에 필요한 기술을 기본부터 하나씩 익혔다. 이곳에서 배운 이론과 실제는 그의 와인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그의 대봉감 와인이 완성 단계로 가게 된 것은 충북 영동군의 한 대봉감 와인 제조 와이너리를 우연히 알게 되면서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수없이 영동을 오가면서 기술을 익혔고, 대봉감을 이용한 와인은 지난 4월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대봉감 와인의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와인 개발과 함께 브랜드화하는 작업을 병행해 나갔다. 브랜드 개발이라는 것을 단순하게 생각하고 접근했지만 이 역시 녹록지 않은 일이었다. 고민하던 그에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 대표는 “와인을 브랜드화하는 작업이 한 개인이 하기에는 어려운 일이어서 고민하던 차에 진주상공회의소에서 ‘맞춤형 포장디자인 브랜드 사업’을 통해 이런 부분을 지원해준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가면서 현재 잘 진행되고 있다. 뜻이 있는 자에게 길이 있다는 말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진주상의 지식재산센터는 정 대표의 와이너리에 대한 현장실사를 거쳐 이 사업 대상자로 선정했다. 브랜드 개발비 1400만원 중 정 대표의 자부담은 10%이며 나머지는 정부에서 지원한다.

    대봉감 와인은 브랜드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난 4월 ‘가므로(GAMEURO)’라는 상표등록을 이미 마쳤다. 지금은 와인 병에 부착할 라벨의 디자인 작업을 진행 중이며 오는 8~9월이면 ‘가므로’라는 내용을 포함한 디자인의 라벨을 부착한 대봉감 와인 제품을 공식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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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동 악양 축지리에 있는 SM Jeong 와이너리.


    ◇대를 이어가는 와이너리가 되길 희망



    와인이 품질과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좋은 원료는 물론이고 와인의 맛에 영향을 미치는 좋은 효모 기술에 있다. 특히 지금처럼 소규모 체험 위주의 생산시설로는 와인 맛을 일정하게 관리하기가 쉽지않은 만큼 보다 대규모 생산시설과 숙성시설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부분은 개인이 해결하기는 힘든 문제여서 지역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지자체의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

    정 대표는 “대봉감 와인이 라벨을 부착한 정식 제품을 곧 선보이겠지만 그래도 아직은 와인 생산의 걸음마 단계이다. 대봉감 와인 생산의 한 고비는 넘긴 만큼 앞으로도 계속 와인 맛에 대한 연구를 하는 등 향후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스스로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정통 와인을 만드는 나라에는 몇백 년이 넘는 와이너리가 많으며 수십 년 이상은 기본이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 와인 역사는 일천하다. 정 대표의 와이너리는 이제 시작 단계이며 대봉감을 이용한 와인 생산으로 재배 농민들의 걱정을 다소나마 덜어 주겠다는 그의 사명감도 출발선을 막 출발한 상태이다.

    “대봉감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가 저 자신의 대에서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외국의 와이너리처럼 100년, 200년 대를 이어가면서 발전할 것으로 본다. 현재 고3인 아들이 농업경영 관련 학과로 진학하려는 등 와이너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다행스럽게 여긴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는 그를 보면서 대봉감의 미래에 대한 활력이 느껴진다.

    글·사진= 김재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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