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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제로’와 보수- 김진호 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8-07-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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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의 ‘채무제로’ 정책에 대해 논박이 이어지고 있다. 홍 전 지사의 ‘채무제로 기념식수’는 결국 뽑혀져 나갔고, 표지석은 시민단체에 의해 파묻혔다 다시 제자리에 놓였다. ‘채무제로’ 논란은 보수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배울 게 있다.

    ▼‘채무제로’ 정책은 굳이 이념적으로 따지자면 보수의 가치가 반영됐다. 대체로 보수는 성장에, 진보는 분배에 무게를 둔다. 대한민국이 오늘날 이 정도로 잘 살게 된 것은 보수가치 덕분이다. 문제는 채무제로가 현재의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또는 그러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경향)이라는 뜻의 ‘소확행’이나 일과 삶의 균형을 일컫는 ‘워라밸’은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관이다. 우리가 그동안 열심히 살았으니까 조금 덜 벌더라도 인생을 즐기자,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함께 가자는 것이다.

    ▼보수 정당인 자유한국당은 시대 정신을 외면하면서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자유한국당은 한반도 비핵화 등에 대해 ‘정치쇼’라며 폄하한 것도 있지만 국민들, 특히 젊은 층이 원하는 가치를 대변하지 못했다. 이를테면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가정이라 하더라도 아이가 자전거를 사달라고 하면 사줘야 한다. 그런 뒤 고통분담을 얘기해야 한다. 적어도 표를 의식하면 그렇다. 무상급식을 비롯한 각종 무상 정책은 피해갈 수 없는 시대적 요구다. 가정과 달리 지자체는 빚 갚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밀양 출신의 사상가인 신영복 (1941~2016) 선생은 유고집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에서 감옥에 함께 수감됐던 비전향 장기수가 한 말을 빌려 보수는 진보의 가치를, 진보는 보수의 가치를 배워야 한다고 일깨웠다. 모두가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가 상대의 다른 정책을 받아들여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책임감과 도덕성, 유연성은 보수가 보수해야 할 가치다. 보수정당이 이번 선거에서 폭망했다고 해서 보수의 이념이 변해야 하는 것이 아닌 이유이다.

    김진호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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