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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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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383)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53

“나 좀 행복하게 해줄래요?”

  • 기사입력 : 2018-07-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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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을 누르자 등려화가 문을 열어주었는데 그녀는 뜻밖에 속살이 비치는 가운을 입고 있었다. 김진호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어?”

    김진호는 차마 등려화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러나 등려화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이 김진호를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외출 준비를 안 했네?”

    “호호호. 밖에 나가는 것보다 집에 있는 게 어때요?”

    “집에?”

    “내연녀와 진하게 사랑부터 나누고요.”

    등려화가 김진호를 포옹하고 키스했다. 그녀는 가운 안에 속옷도 입고 있지 않았다. 김진호는 등려화와 격렬한 키스를 했다. 스스로 내연녀라는 말을 좋아한다는 등려화였다. 그녀의 몸이 불덩어리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나 좀 행복하게 해줄래요?”

    등려화가 그에게 몸을 바짝 밀착시켰다. 그는 빠르게 옷을 벗었다. 그들은 거실에서 뒤엉켰다. 짐승이나 다룰 바 없었다. 그녀는 김진호가 온다는 말을 듣고 욕망이 일어난 모양이다.

    “좋다. 너무 좋은 거 있죠?”

    격렬한 사랑이 끝났을 때 등려화가 그에게 엎드려서 속삭였다. 김진호는 거실의 소파에 엎드려 담배를 물었다. 등려화가 그의 담배를 빼앗아 자신이 입에 물고 불을 붙여가지고 왔다. 김진호는 담배를 물고 연기를 깊게 빨아들였다가 내뱉었다.

    “자기는 어땠어요?”

    등려화가 눈웃음을 쳤다.

    “좋았지. 내연의 여자는 언제나 좋아.”

    김진호가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내연의 여자라는 말에는 무엇인가 퇴폐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문득 특파원을 지낸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세상에 많고 많은 게 내연남과 내연녀더라. 왜 그렇게 비정상적인 관계가 많은 거지?”

    선배는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김진호는 그런 일에 대해서 특별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나도 때때로 내연녀 하나 둘까 했는데 뜻대로 안 되더라.”

    “내연녀는 무슨… 애인이지.”

    김진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내연녀를 애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럼 뭐야?”

    “좀 더 퇴폐적인 거지.”

    “그럼 선배는 퇴폐적인 관계가 필요한 거야?”

    “나는 잘 안 되더라. 사회부에 있을 때 사건을 많이 취재했잖아? 별 볼일 없는 살인자나 좀도둑도 내연녀가 있더라. 그런데 나는 여자 하나로 만족해야 하는 생각이 들어 우습기도 하고… 나보다 못한 사람들도 여자를 잘 사귀는데 왜 나는 그 흔한 내연녀 하나 없는 거지?”

    선배는 부부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퇴근한 뒤에는 집에 들어가지 않고 술을 마시려고 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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