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8월 1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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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감으로 ‘귀농 쓴맛’ 봤으니, 천년초로 ‘농사 단맛’ 봐야죠

[사람속으로] 창녕 굿데이영농조합 지정숙 사무국장
혹독한 ‘귀농 신고식’
지인의 단감농장 제안에

  • 기사입력 : 2018-07-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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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녕군 대합면 계동 성지골마을 굿데이영농조합 지정숙 사무국장이 한국 토종 선인장인 ‘천년초’ 농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김승권 기자/


    창녕군 대합면 계동 성지골마을 굿데이영농조합 지정숙(62·여) 사무국장은 준비 안 된 귀농으로 35억원을 날렸지만 23만원으로 재기해 마을기업을 성공시킨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다.

    지난 12일 성지골을 찾았다. 성지골은 대중교통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창녕군의 오지였다. 버스를 타려면 2㎞ 넘게 걸어서 나와야 하는 곳이다.

    힘들게 만난 그는 60대 할머니의 모습이 아니었다. 뙤약볕에 얼굴이 그을렸지만 맑고 건강하고 활기찼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마을기업과 천년초 재배단지, 가공공장을 안내하며 설명하는 모습에서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신비의 선인장 ‘천년초’라고 한다.

    그는 “천년초는 한국의 내륙지방에서 자생하는 토종 선인장으로 식이섬유와 비타민C, 사포닌 등이 다량으로 함유돼 약용가치가 높은 작물이다”며 “우리 마을 어르신들도 천년초를 먹고 난 후 병원에 물리치료 받으러 가지 않고 모두 천년초 농사를 짓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준비되지 않은 귀농 실패= 서울이 고향인 지씨는 법무사 사무실 실장으로 일하면서 시어머니를 보살피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은 시댁인 대구를 찾았다. 그러던 중 시어머니 몸이 불편해지면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대구에서 가까운 창녕에 자리 잡기로 했다. 지인이 단감농장을 제안해 지씨 부부는 직장을 그만두고 창녕군 이방면으로 귀농을 하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동업이 무산되면서 50만㎡에 달하는 거대한 농장의 주인이 됐다. 친정에서 부모님이 배 농사 짓는 것을 보면서 농장만 있으면 농사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쉽게 뛰어들었다. 직원을 고용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하면서 35억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첫해부터 냉해가 겹쳐 20%밖에 수확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큰 손해를 봤다. 연이어 3년을 손해 보면서 농장을 일부 임대해 주는 지경에 이르렀다. 부부는 오토캠핑장도 해보고 농장 일부를 매각키로 하는 등 자구책을 찾았지만 번번이 결과는 실패였다. 그리고 체불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과 채무금을 갚지 못하면서 생긴 채권자와의 오해로 수형생활까지도 하는 등 준비되지 않은 귀농의 결과는 참담했다. 처음 마련한 거대한 농장은 경매로 넘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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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녕군 대합면 계동 성지골마을 굿데이영농조합 지정숙 사무국장이 한국 토종 선인장인 ‘천년초’ 농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김승권 기자/

    ●23만원으로 일어서= 거주할 집도 없는 부부는 교회 목사와 성도들의 배려로 수중에 남은 23만6000원을 들고 2012년 성지골마을로 들어왔다. 교회 선교관에서 지내며 교회 주방담당을 했고, 마을 어르신들의 식사도 준비하면서 마을 주민들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면서 빈손으로 교회에서 지내는 것이 어려워 서울로 다시 가려고 했다.

    그런데 마을 어르신이 지씨 부부에게 집 지을 땅을 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도와줬고, 집 짓는 공사비까지도 빌려주면서 이 마을에서 생활하게 됐다. 부부는 남의 일을 하러 다니면서 쉬는 날은 들로 산으로 약용 식물을 찾아 효소 및 장아찌 등을 만들어 서울 지인들에게 판매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부부가 할 수 있는 작물을 알아보다가 특용작물인 천년초를 발견했다.

    “인터넷과 도서관 자료를 통해 수능 공부하듯 재배방법을 연구했습니다. 창녕생태귀농학교를 수료하고 창녕군 농업인대학 농산물 가공반, 약용재배반 등을 통해 천년초 재배기술을 습득했습니다.”

    그러던 중 마침 전북 익산의 천년초 농장이 산업단지로 수용되면서 그곳에서 직접 뿌리와 줄기를 채취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2013년부터 천년초를 재배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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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녕군 대합면 계동 성지골마을 굿데이영농조합 지정숙(왼쪽)사무국장이 천년초 가공공장에서 공장장과 저온추출 방식으로 천년초 열매 엑기스를 만들고 있다./김승권 기자/

    ●천년초로 마을기업 선정= 천년초는 재배 시작 3년 이후부터 수익이 발생했다. 그러면서 혼자만으로는 대량 납품이 불가능해 당시 노동력은 있으나 기술이 없는 귀농인들과 노동력은 없어져가지만 기술력이 있는 마을 어르신들을 설득해 굿데이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마을 어르신들의 마음을 열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천년초의 효능과 재배방법 등을 알렸고 그러한 노력이 주민들에게 신뢰를 준 것 같습니다.”

    결국 2016년에는 마을기업으로 선정됐고 2017년에는 농림수산식품부의 창조적 마을 가꾸기 사업에도 선정돼 정부로부터 4억원의 보조금도 받았다. 마을 3가구에 한 가구꼴인 15가구나 조합에 가입했다. 원주민도 6가구가 동참하면서 추가 가입을 고려하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 천년초 재배면적은 6만6000㎡에 이른다. 가구당 연간 수입도 1500만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공장도 신축하고 필요한 기계도 들여와 사업을 확장했다.

    굿데이 영농조합법인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천년초를 이용한 각종 가공품을 생산하는 마을기업으로 천년초 엑기스, 천년초 수딩젤 등을 롯데백화점 마산점에 입점 판매하는 등 많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생협과 하나로마트에도 일부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또 체험마을도 운영하고 있으며, 천년초 재배지는 창녕생태귀농학교, 경남생태귀농학교의 현장견학지로도 활용되고 있다.

    메인이미지 창녕군 대합면 계동 성지골마을 굿데이영농조합 지정숙 사무국장./김승권 기자/

    ●요리로도 명성= “천년초는 바로 수확하는 게 아니라 줄기는 5년, 열매는 2년이 지나야 수확을 할 수 있기에 처음엔 심어놓고 다른 일과 병행할 수 있어 제가 하고 싶었던 요리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천년초를 가지고 음식을 개발해 만들었으며 고추장 등도 만들었고 약성이 생긴 열매를 가지고 동결건조를 해서 분말과 환도 만들었다.



    그는 지난 5월 한국음식관광박람회 기간에 문화체육부가 주최하고 한국음식관광협회가 주관한 국제요리 경연대회에 참가해 북한음식·통일음식으로 개인 금상을 수상했다. 2016년도에도 떡 한과부문과 폐백 이바지 부문에서 금상 4개 은상 1개, 연구원 단체 국무총리상, 식품안전처장상을 수상했다. 2017년도에도 떡 한과 부문 금상 2개, 주전부리 및 꽃차부문 금상 2개, 연구원 단체 대통령상, 문화체육부 장관상을 받는 등 3년 연속 한국음식관광박람회에서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지씨는 천년초 환 제조방법을 특허출원했다. 또 창녕이 시배지이며 혈관에 좋은 양파와 청혈효과가 뛰어난 천년초를 접목해 ‘천년의 향’을 나타낼 수 있도록 건강음료를 개발할 계획이다. 인제대와 MOU를 체결해 ‘와송박사’인 이동석 원장과 함께 연구 개발중이라고 한다.

    그는 “귀농은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하며, 그 지역의 대표작물이 나에게 적합한지 살펴보고 또 후발 주자라는 걸 인지해 자세를 낮추고 하루라도 빨리 그 마을 주민들과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실패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이종훈 기자 leej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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