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9월 23일 (일)
전체메뉴

세상의 페인트 모션- 전강준(경제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18-07-24 07:00:00
  •   
  • 메인이미지

    축구의 정의를 내려보라면 여러 가지가 나온다.

    판단력이다, 속임수이다, 전쟁이다 등등. 모두가 맞는 말이다. 공을 잡는 매순간 판단해야 하고, 페인트 모션의 페인트도 속이다는 뜻이다. 상대편에 질 수는 없으니까 ‘전쟁이다’는 말도 맞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축구는 판단이자 속임에 가깝다. 드리블 때 상대의 중심이 어디에 쏠려 있는지, 페널티킥 때 어떻게 골키퍼의 중심을 흐트려뜨릴지 키커는 판단한다. 골키퍼도 키커를 속이기 위해 몸을 한쪽으로 치우치는 듯하며 반대 방향으로 몸을 던진다. 가위바위보와 같은 게임을 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속임은 축구 등 운동에 한정하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것이 세상살이다. 세상은 오히려 속임수 안에 놓여 있다고 보면 된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늘어나는 것이 있다. 자영업자와 점집을 찾는 사람, 그리고 사기꾼이다.

    아무래도 명퇴나 퇴사한 회사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통닭집이나 고깃집 등 자영업이다.

    최근 통계를 보면 개인사업자 폐업률 80% 시대로, 10개의 가게가 5년 안에 8곳이 폐업한다. 현실은 그만큼 어렵지만 자영업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명확지 않은 앞날을 예견키 위해 점집을 찾는 것 또한 같다. 그래서 자영업이나 점집을 찾는 사람이 느는 모양이다.

    하지만 눈여겨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사기꾼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2431억원으로 전년(1924억원) 대비 26.4% 늘어나 최고의 피해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피해 건수는 5만13건으로 8.9% 증가했다. 하루 평균 피해액은 6억7000만원에 달했다.

    그토록 조심하라고 수년간을 홍보물 등으로 경각심을 높였는데도, ‘뛰는 자 위에 나는 자’가 있는데 막을 방도가 없는 모양이다.

    보이스피싱 등 그런 허접한 사기에 이젠 누가 당하느냐고 항변할 수 있지만, ‘열 명의 경찰이 한 명의 도둑을 못 잡는다’는 이치와 같다.

    기관사칭형, 대출빙자형, 사고·납치빙자형, 취업빙자형 등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한 유형을 알려주지만, 사람의 가장 간절함을 파고드는 데에는 젊은 사람도 어쩔 수 없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더하다. 지푸라기도 잡아 보려는 서민들의 입장을 세 치의 혀로 삶을 송두리째 뽑아버리고 있다.

    대학 강의에서 제자가 경제학 교수에게 묻는다. “경제가 무엇입니까?” “남의 호주머니에 있는 돈을 내 호주머니로 가져오는 것이지.” “그러면 떼인 돈 100만원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겠습니까?” “나도 800만원 떼였다. 그런 어려운 질문하지 말게.” 우문현답처럼 보이지만 지식이 풍부한 교수도 돈을 떼인다. 하물며 일반 서민들은 늘름대는 세 치의 혀에 녹아내릴 수밖에 없다.

    세상살이가 뺏고 빼앗기는 세상이지만 요즘 들어 그 세기가 심한 것 같다.

    사기도 그 또한 경제적 활동이라 하면 할 말 없지만, 간절함을 파고드는 것에 모두 경계해야 한다.

    어려운 세상,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발표에 노파심에 한 말이다. ‘아는 사람이 더 잘 속는다’는 말을 되새겨보며, 세상의 페인트 모션에 속지 않았으면 한다.

    전 강 준

    경제부장·부국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