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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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공간에서 본 작품이 눈에 아련하다- 김미숙(경상대 민속무용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8-07-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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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볕 더위에 모두 숲과 계곡, 바다를 찾는다. 훤히 터인 시야가 넓고, 막힘이 없는 열려진 곳을 향한다. 공간의 제약이 없는 곳이다. 예전의 신라 화랑들은 이런 날씨가 아니더라도 산수가 빼어난 곳을 찾아서 심신수련을 했다고 한다. 무술도 익히고 춤도 추며… 인간은 누구나 자기의 감정에 따라 웃고, 화내고, 울기도 한다. 기쁠 땐 미소를 너머 웃음과 몸의 우쭐거림이나 들썩거림을 느낄 것이고, 반대로 슬프거나 화가 날 땐 울거나 분노에 가득 차서 괴성이 나오기도 하고 움츠러들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화랑이 아니더라도 명산이나 빼어난 자연을 만나면 춤이라도 추고 싶을 만큼 감정도 넓은 시야와 함께 열리게 된다. 이 얼마나 시원하고 통쾌한 일인가?

    예술작품을 올리는 무대라는 공간도 마찬가지다. 물론 훤히 트인 넓은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부여해 주는 감성만큼이나 무대 위의 작품들은 인간의 마음과 감성을 열어 자연에서 받는 감정 이상의 선물을 관객들에게 선사할 수 있다. 무대는 마술상자와 같고 예술가들은 마술사와도 같다.

    같은 공간이지만 예컨대 창원성산아트홀은 언제나 같은 장소에, 같은 크기의 변함 없는 무대라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지만 공연이 펼쳐지면 음악회로, 연극공연이나 춤공연, 뮤지컬공연으로 다양하게 변신한다.

    어디 이것뿐일까? 같은 장르라도 호두까기 인형이나 백조의 호수의 발레공연과 승전무나 진주검무와 같은 전통춤 공연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너무나 다르다. 호두까기 인형이나 백조의 호수를 관람한 아이들은 신비로운 무대를 떠올리며 또 보러 가자고 보챈다고 한다. 나 역시 몇 년 전에 뉴욕에서 본 라이온 킹과 오페라 유령은 이렇게 더운 여름만 되면 기억나고 가슴을 또 설레게 한다. 물론 한국에서도 봤지만 현지의 작품과 어떻게 다를지 궁금했다. 스토리나 연출적인 대부분은 거의 다 같았지만 배우가 달랐고, 무엇보다 무대와 조명 등 무대 제반의 기술적인 것은 한국이 따라갈 수 없었다. 라이온 킹에서 밀림이나 폭포의 경관 등은 현실과 흡사하여 내가 밀림에 있는 듯이 무대의 밀림 배경이 나에게로 이동해 오는 것 같았고, 폭포의 낙수는 무대의 천장에서부터 객석까지 떨어져 소스라치게 놀라웠다. 너무나 아름다운 공간으로서 잘 만든 무대였다.

    예술 작품 제작에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공간이 넓지 않아도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지만 무대공연 작품인 경우는 결코 그렇지 않다. 무대의 공간의 범주도 얼마나 다양한지? 액자무대, 돌출무대, 원형무대, 가변무대, 확장무대에 따라 작품의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진다. 작업에 몰입해 빠져 있어야 하는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예비 예술가들도 또는 취업을 꿈꾸고 있는 우리 학생들도 작품 제작을 극복 못하는 이유 중에 가장 큰 난관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지역에서 훌륭한 예술가의 배출을 꿈꾸기에는 현실적 여건이 충족시켜주지 않는다. 물론 시·도립 극장마다 무대 크기와 흡사한 연습실이 있기는 하지만 만만하지 않은 비용이 그렇고, 또 이보다는 자체 시·도립 예술단체의 연습실로 사용하고 있어 대관이 쉽지는 않다. 서울의 경우 이제야 ‘국립무용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준비 중에 있다. 이는 무용예술가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제반 조건을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이라고 항상 서울보다 뒤처져야 할 이유가 없다. 지방분권으로 이미 진입했고, 또 세계가 변하고 있고, IT 강대국으로서 지역의 세계화가 필요할 때임을 말할 필요도 없다.

    이 불볕의 더위를 피해 숲으로, 강으로, 바다로 향하지 않더라도 예술제작진들은 쏟아지는 땀으로 더위를 맞이하고, 경남인들은 무대가 아름다운 작품의 향유로 더위를 말끔히 식힐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는 매일 밤마다 무대의 멋진 공간에서 봤던 작품이 눈에 아련해 상상의 나래로 가슴 설렐 수 있는 시원한 한여름 밤의 아름다움을 선사받길 간절히 염원해 본다.

    김 미 숙

    경상대 민속무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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