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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의원의 죽음과 말의 무게- 이상규(뉴미디어부장)

  • 기사입력 : 2018-07-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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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회찬 의원이 지난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전 의원에 이어 진보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창원시 성산구에서 정의당 후보로 당선돼 진보 정치의 상징으로 인식됐다. 그의 죽음을 놓고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일단 추모하는 분위기가 대세다. 정치인 중 상대적으로 깨끗한 이미지였던 노 의원이 62세에 스스로 삶을 마감했기 때문이리라. 노 의원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고도 멀쩡하게 잘 사는 사람도 많은데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 한다. 그러나 한편에선 냉정한 목소리도 나온다. 뇌물 받은 뒤 이를 줄곧 부인해오다 검찰 조사를 앞두고 심적 부담과 자괴감에 자살한 사람을 미화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그는 과거 대표연설이나 논평, 방송 출연 등에서 많은 어록을 남겼다.

    기자는 18대 국회 당시 국회를 출입하면서 야당을 맡았다. 지난 2011년 10월 13일 여의도 국회 대회의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날은 ‘공중부양’, ‘강달프’ 등의 별칭을 가진 민주노동당 강기갑(사천) 의원의 출판기념회가 열린 날이다. 행사장에는 유력 국회의원이 다수 참석했다. 당시 국회의장이던 박희태 의원과 최근 ‘썰전’으로 널리 알려진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노회찬, 심상정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축사에 나선 인사들이 모두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입담이 센 인물이었다.

    먼저 박희태 의장이 “내 고향(남해)은 강 의원과 가까워 잘 안다. 한시도 땅을 떠난 적 없는 강 의원이 오래전부터 농민을 위해 많은 일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고 덕담을 했다. 박 의장은 이어 “정치 선배로서 한 가지 조언을 한다면, 앞으로는 몸보다 말로 정치를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 의원의 공중부양을 빗댄 충고였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박희태 의장이) 몸으로 하지 말라고 했는데, 누군들 말로 안 하고 싶어서 그러겠나. 한나라당도 야당 때 몸으로 한 적이 있다. 강 의원 같은 분이 3분의 2쯤 당선되어 몸으로 하지 않는 국회가 되길 바란다”고 맞받았다.

    끝으로 노회찬 의원이 나섰다. 그 역시 강 의원의 ‘공중부양’을 소재로 축사를 했다. 그는 “강 의원은 공중부양도 했지만, 경실련에서 선정한 국감 우수의원으로 내리 4년 뽑힌 의원이다. 저는 학문이 길지 않지만 옛 성현들은 ‘문무를 겸비하라’고 가르친 것으로 안다. 강 의원은 문무를 겸비한 몇 안 되는 의원이다. 19대에 다시 선출되면 3선 의원이 되며, 그땐 문무를 겸비한 유일한 상임위원장이 될 것이다”고 했다.

    기자는 정치 성향을 떠나 다른 정치인보다 노 의원이 양심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소외된 계층을 대변했으며, 재치 있고 쉬운 말로 진보 정치의 지평을 넓혔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말이 스스로를 궁지로 몰지 않았나 하는 느낌도 든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책임졌다. 그런 면에서 매일 기사를 통해 타인의 잘못을 지적하는 기자란 직업이 새삼 무겁게 다가온다. 하여 늘 ‘공자 말씀’만 해야 하는 직업군이나 집단은 자신이 내뱉은 말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지 성찰해야겠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 상 규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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