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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영역, 민간의 영역- 허충호(함안의령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8-07-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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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조 명재상 황희의 일화다. 황희는 집안의 두 종이 서로 싸우자 불러 자초지종을 들었다. 두 종은 모두 제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황희 정승은 처음 종의 말을 듣고 “네 말이 옳구나” 하며 힘을 실어줬다. 그러자 다른 종이 나서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황희 정승은 또다시 “들어 보니 네 말도 옳구나”하며 그의 손도 들어줬다. 이를 지켜보던 부인이 “도대체 누가 옳다는 것입니까. 잘잘못을 가려주셔야죠”라고 지적했다. 황희는 다시 “부인 말도 옳구려”라고 했다.

    세상의 일에는 시비를 판단하기 어려운 일도 있다. 이 말을 들어보면 이게 맞는 것 같고, 저 말을 들어보면 그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은 일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의 업무영역에도 이런 고민을 하게 하는 대목들이 종종 있다.

    지방자치제가 정착하면서 지자체의 사업영역도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종종 민간과 영역 다툼을 해야 할 일도 생긴다. 지자체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명분으로 구인구직센터를 설치운영하면서 관련업종의 민간사업영역은 상대적으로 축소됐다. 비단 지자체만의 얘기가 아니다. 공기업 중 LH처럼 민간의 영역과 직접 충돌하는 회사도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함안공설장례식장’ 건립안도 그런 논쟁거리 중 하나다.

    함안군이 공설화장장 등을 건립한 후 인근 창원의 상복공원과 같은 원스톱장례서비스가 가능토록 할 필요가 있다며 3개의 빈소를 갖춘 공설장례식장을 화장장 인근에 건립하는 안을 검토하면서 논쟁은 시작됐다. 민간장례사업자는 가뜩이나 경영난이 심화되는 시점에 화장시설과 연계된 공설장례식장이 들어설 경우 문을 닫아야 할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시민단체는 창원의 시민들이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원스톱서비스를 받는 것처럼 함안 군민들도 그 같은 원스톱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며 5실 규모의 공설장례식장 건립을 촉구하고 있다.

    여기서 지자체가 공공의 이익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시행할 수 있는 업무영역이 과연 어디까지인가를 다시금 생각한다.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민으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이 예산이라는 이름을 달고 현장에 투입된다. 세금을 들여 민간의 영역과 교집합을 이뤄 얻는 이득이 세금을 내는 국민의 소득원을 침해하는 데 재투자된다는 얘기다. 실로 아이러니다. 문득 황희 정승이 이 문제를 직면했다면 과연 어떤 결론을 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황희가 모두에게 “네 말이 옳구나”라고 한 것은 아마도 이해관계에 있는 서로가 치열하게 토론해 합리적인 상생방안을 도출해 보라는 의미는 아니었을까.

    허 충 호

    함안의령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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