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9월 23일 (일)
전체메뉴

이 땅에 농촌이 사라지는 날이 올 수도- 안상준(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 기사입력 : 2018-07-31 07:00:00
  •   
  • 메인이미지

    얼마 전 교육 받으러 온 농업인에게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분은 하루빨리 높은 가격에 농지를 보상받고 이제는 편하게 쉬고 싶다고 했다. 우리나라 농업의 현실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농촌의 고령화, 농산물 가격의 폭등과 폭락의 반복, 도시 근로자 대비 농가 소득 격차 심화 등 다양한 문제로 인해 우리의 농촌은 지금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농림어업조사 결과를 보면 2017년 12월 기준, 농가는 104만2000가구, 농가 인구는 242만2000명으로 총인구 대비 농가비율은 5.3%다. 2016년 통계와 비교했을 때 농업 포기와 전업 등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농가는 2만6000가구(2.5%), 농업인구는 7만4000명(3.0%)이 줄었다.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흘리는 땀만큼 보상받지 못하기에 농촌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농업을 단순히 곡류나 채소, 과일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여기고 경쟁력이 낮은 비효율적인 ‘사양산업’으로 인식해 왔다. 산업의 관점에서 경쟁력이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농업부문 예산은 매년 감소해왔다. 하지만 농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다. 국민들에게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식량안보기능 이외에도 생명체에게 보금자리와 쉼터를 제공하고, 맑은 공기를 순환시키며 물을 정화하기도 한다. 또한 논은 댐과 같은 기능을 수행해서 홍수를 예방하고, 고여 있던 물은 땅속으로 스며들어 중요한 지하수원이 된다. 뿐만 아니라 농촌은 도시사람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고 농업생산에 의해 유지되어 온 전통문화 및 향토문화를 보전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농업의 이러한 기능을 ‘농업의 공익적 가치’라 부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우리나라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한 결과 연간 28조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작년 말 농협은 개정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담기 위해 ‘농업가치 헌법반영 범국민운동’을 펼쳤다. 한 달 조금 넘는 기간에 1154만명의 국민이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이 운동을 통해 국민들이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인식하는 계기는 되었으나, 국회의 개헌 논의가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아직 헌법에 반영되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 헌법에 농업을 담고 있는 조항은 두 개뿐이다. 121조의 경자유전 원칙과 123조의 국가가 농산물 가격 안정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두 조항 모두 현재의 농업 현실을 담아내지 못한다. 이에 반해 스위스는 1996년 농업이 국민의 생존을 위한 식량 생산뿐만 아니라 공익적 가치도 공급한다는 철학을 헌법 104조에 명문화했다. 이 헌법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보상하지 않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정부지원을 정당화시키고, 국민적 공감대 속에 농업에 충분한 지원을 하고 있다. 이 덕분에 스위스는 농가소득과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에 차이가 거의 없으며, 식량자급률도 60% 수준에 달한다.

    각종 통계에 따르면 앞으로 농촌을 떠나는 농업인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고 이런 추이라면 결국 이 땅에서 농촌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더 늦기 전에 농촌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먼저, 농업을 사양 산업으로 저평가하는 대신 우리나라 발전에 필수적인 다원적 공익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 기간산업으로 존중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농업의 지속성을 확보하고, 농촌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존 농정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다음으로 국민들의 농업·농촌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농업은 남의 일이 아니다. 농업의 소중함을 항상 고맙게 여기며 직접 농업에 종사하지 않아도 결국 농업은 우리 모두와 연결되어 있는 우리의 일이라는 사실을 늘 인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농업인들은 나의 땀 한 방울 한 방울이 농업의 다원적인 공익 기능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농업인들의 땀이 농촌을 살릴 수 있고, 농촌이 살아야만 나라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상 준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