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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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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392)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62

“괜찮아요”

  • 기사입력 : 2018-08-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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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가 예측하고 있던 일이 그녀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원심매가 욕망 때문에 하얼빈으로 초대할 까닭이 없는 것이다.

    “아직 여력이 안 됩니다.”

    김진호는 웃으면서 말했다.

    “어떤 점에서요?”

    “자본이나 인력에서 여력이 없어요.”

    “이쪽에서의 일은 내가 모두 감당할게요.”

    “글쎄요.”

    “본부 형태로 경영하면 되잖아요?”

    원심매가 동북삼성 본부장을 맡겠다는 것이다. 그녀는 지역본부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보충 제안을 했다. 김진호는 그녀의 이야기를 일일이 메모했다.

    “오프라인만으로는 힘들 겁니다.”

    “나도 알아요. 그래서 온라인사업을 병행해야죠.”

    원심매는 사업 이야기를 하면서도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김진호는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눈으로 더듬었다. 여자를 보는 그의 눈은 으레 가슴으로 향했다.

    “한번 생각해 볼게요.”

    “빠른 결정을 내려줘요.”

    “북경에 돌아가서 임원들과 상의할게요.”

    “내가 동원하는 자금이 온라인사업에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회사는 나 혼자 경영하지 않아요. 임원과 주주들도 있어요.”

    주주는 서경숙을 비롯해 산사도 있고 특파원 선후배도 있었다. 중국의 몇몇 지인들도 있었으나 대부분이 소액이었다. 등려화와 유이호, 강정 등 창립멤버에게는 우리 사주 형태의 주식도 있다.

    “내가 사업 얘기를 해서 미안해요.”

    원심매가 술을 권했다.

    “괜찮아요.”

    김진호는 웃으면서 원심매와 잔을 부딪쳤다. 추운 나라에서 마시는 술인 보드카는 맑고 투명했지만 독했다.

    “오늘 즐겁게 지내요. 사실 많이 기대하고 있어요.”

    원심매의 눈빛이 반짝였다.

    “늘 바빴는데 하얼빈에서는 한가하잖아요?”

    “맞아요. 여기서는 어쩐지 여행자 같은 느낌이 들어요.”

    “나가요.”

    이미 거리는 밤이 되어 있었다. 어둠이 도시를 덮고 네온사인이 화려했다.

    하얼빈은 동서양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도시라고 생각했다.

    식당에서 나와 원심매가 예약한 호텔로 갔다. 호텔도 러시안거리에 있었다. 고색창연한 거리였지만 실내는 묘하게 낡은 느낌이 들었다.

    원심매와 사랑을 나누었다.

    원심매는 전보다 더욱 격렬하게 안겨왔다. 그녀를 품에 안으면서 김진호는 북만주의 비바람소리를 들었다. 빗발이 날리면서 바람까지 차갑게 불고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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