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1일 (수)
전체메뉴

‘아동보호’… 놀라운 정책을 기대한다- 정기홍(거제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8-08-01 07:00:00
  •   
  • 메인이미지

    지난 6월 부임한 거제지역 한 기관장이 첫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10년이 넘은 지난 2007년 캐나다 파견 근무 때 경험했던 일이다. 정상적으로 운행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차량 7~8대가 자신의 승용차를 둘러싸고 항의하는 바람에 당황했다고 한다. 이유는 어린이들이 탄 노랑색 스쿨버스를 추월했기 때문이다. 그 기관장은 당시도, 지금도 “이곳은 어린이들의 천국이구나”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그렇다. 선진국과 비선진국의 차이는 아동이 얼마나 안전하고, 행복하게 생활하는가에 있다.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 월드컵, 하계·동계올림픽,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4대 스포츠대회를 모두 개최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이 외에도 기술, 스포츠,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

    그러나 자긍심에 앞서 지금도 교사의 부주의로 아동이 목숨을 잃고, 다른 사람도 아닌 부모가 어린 자녀를, 교사가 자신이 돌보는 아동을 학대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는 나라임을 더 수치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때문에 우리는 선진국이 아니다. 아동에게 무서움을 느끼게 하고, 아동의 신체를 아프게 하면 더 이상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고, 소중한 존재는 인간이며, 이 중에서도 아동이 최우선한다. 인간에 대한 존엄성은 아동 보호, 즉 아동의 안전과 인권에서부터 시작한다.

    가장 보호받아야 할 아동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고,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아동정책은 늘 후순위이거나 임시방편이다.

    보육교사 A씨는 지난달 18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어린이집에서 생후 11개월 된 원생 B군을 재우는 과정에서 몸을 누르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달 20일 구속됐다. A씨는 숨진 B군을 포함해 보육원생 5명을 대상으로 잠을 재우는 과정에서 10여 차례 이불을 머리까지 씌운 채 팔 또는 다리로 누르며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원아와 아동에 대한 학대의 참상을 보면 “인간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인간 이하의 행위들이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부모와 보육교사가 아동을 동물 이하로 취급하는 일이 끊임없이 일어나지만, 국가는 “정말 심각하다”고 느끼며 아동보호정책을 만들고, 이 정책을 캐나다처럼 생활화하도록 하는 데 한 번이라도 큰 관심을 두었는지 의문스럽다.

    전국아동보호전문기관협의회에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 이후 전국의 신고건수는 2012년 1만943건에서 지난해 3만4185건으로 크게 늘었다.

    아동학대에 분노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들끓자 대통령까지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아동학대에 대한 확실한 근절 대책을 마련하고, 현재 운용 중인 법령·지침·매뉴얼이 각각의 현장에 맞게 제대로 작성·운용되는지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중앙부처 담당자부터 기초자치단체 담당자에 이르기까지 “대통령까지 나서니 골치 아프다”고 투덜댈지, 아니면 정말 따뜻한 가슴을 갖고 최선의 정책을 만들어낼지 두고 볼 일이다.

    아동학대 문제는 답을 제시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세상을 바꾸는 놀라운 정책’을 기대하면 안 될까?

    정기홍 (거제본부장·국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정기홍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