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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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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포르투갈 아베이루

물길 따라 낭만이 흐른다

  • 기사입력 : 2018-08-01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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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고 상벤투 역으로 향했다. 오늘은 한국 사람들과 포르투 근교로 가기로 했다. 영어를 못하는 나는 말할 사람이 없어 입에서 가시가 돋고 있었는데 며칠 만에 한국 사람들과 한국어로 대화를 하려니 신났다. 남자 두 명이었는데 이 조합은 참 신기했다. 대대장과 그 밑에 있었던 병사라고 했다. 군대 동기들끼리는 친하다고 들었는데 대대장과 부하? 생전 처음 들어보는 조합이었다. 나이 차이도 조금 나 보였다. 얘기하다 보니 알게 되었다. 대대장님이 엄청 재밌으셨다. 아침을 안 드셔서 배고파서 빵집으로 향했다. 나는 파리에서의 크로와상을 기대하고 크로와상을 샀으나 포르투에서 크로와상은 그냥 밀가루 덩어리였다. 퍽퍽하고 목이 막혔지만 사주신 빵이라 다 먹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꾸역꾸역 먹고 있었는데 ‘먹기 싫으면 그냥 버리라’고 하셨다. 머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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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하 따라 보이는 형형색색의 집들과 전통 배 ‘몰리세이루’.


    그렇게 기차역에서 표를 구하고 아베이루로 향했다. 아베이루로 가는 기차표는 인당 7유로였다. 기차를 타고 50분 정도 달려 아베이루에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보이는, 포르투갈에서 자주 볼 수 있다던 예쁜 타일들은 내 눈길을 끌었다. 길을 몰라 그냥 외국인 두 명이 가는 길로 따라가고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아베이루 운하 쪽으로 가는 것 같진 않았다. 결국 가위바위보를 해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어디로 가는지 물어보기로 했다. 그러나 결국 물어본 건 영어 잘하는 오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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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이루의 옛 기차역.

    왜냐하면 나는 정말 한마디도 하지 못했으니까. 물어보니 우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바로 노선을 바꿔 알려준 길로 가기 시작했다. 이제야 좀 사람도 많이 보이고 상점들도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길을 지나가다 오래된 비디오나 CD를 파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남자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그걸 보고 나라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참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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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이루의 고스넉한 풍경.


    포르투갈의 베네치아라고도 불리는 운하도시 아베이루는 이곳에서 생산된 소금을 운반하기 위해 운하를 만들어서 전통 배인 몰리세이루를 이용해 소금을 운반했다고 한다. 현재 전통 배인 몰리세이루는 관광객들을 태우고 운하를 돈다. 아베이루에서 코스타노바도 가까워서 대부분 당일치기로 함께 같이 간다. 코스타노바는 줄무늬 마을로도 유명하다. 바다에서 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어부들에게 집을 잘 찾아오라고 알록달록 스트라이프로 칠했던 게 그 시작이라고 한다. 많은 집들의 모양이 줄무늬로 되어 있는데, 인생샷을 남기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나는 사진으로만 봤는데 다녀온 친구 말로는 정말 풍경이 아름다워 ‘막 찍어도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코스타노바는 굉장히 작은 도시라고 했다. 아베이루도 작은 도시라 운하 쪽을 보고 그 주변으로 구경하고 나면 크게 구경할 것은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는 작은 도시들을 골목골목 다 둘러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같이 갔던 터라 정말 유명하다는 곳만 둘러보았다. 그리고 다시 포르투로 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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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투 동루이스 다리.


    동행했던 분들이 다른 한국인도 함께할 수 있냐는 제안을 해왔다. 반가웠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과 함께 고픈 배를 채우러 유명하다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세 명은 해변가를 갔는데 거기서 만난 사람들이라고 했다. 포르투는 한국인이 별로 없는데 서로 보자마자 반가워서 같이 짐도 맡겨주고 얘기도 나눴다고 했다. 알고 보니 숙소에서 외국인이 알려줬던 그 해변이었다. 버스 타고 30분 정도 가야 한다고 해서 갈까 말까 망설였는데 물어보니 좋았다고 했다. 내가 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면 자전거를 타고 운동 겸 살짝 다녀왔을 텐데 그 점이 조금 아쉬웠다. 그렇게 다 같이 밥을 먹고 얘기를 나누다 여행 일정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다. 신기하게 몇 명은 일정이 겹치는 곳이 있었다. 포르투에서 리스본으로 넘어가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리스본 마지막 일정에 나도 리스본으로 가게 돼 함께하기로 하고, 포르투에 이틀 더 있는 나와 언니 1명과 오빠 1명은 포르투에 좀 더 남아있어야 해서 같이 구경하기로 했다. 밥만 먹고 헤어지기는 아쉬워 다 같이 야경을 보러 가기로 했다. 동루이스 다리로 가는 길에 와인을 사서 가려고 했으나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한국과 다르게 유럽은 항상 가게들이 일찍 문을 닫아서 장을 보거나 쇼핑을 하려면 낮에 미리 해둬야 한다. 그러나 한국인은 위대하다. 열심히 구글링을 해서 문을 연 곳을 찾았다. 맥주와 와인을 잔뜩 사들고 야경을 보기 위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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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투 상벤투역.



    블루투스 스피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노래를 틀고 강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다들 지역도 참 다양했다. 어떻게 이렇게 만나게 됐는지 신기했다.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너무나 다른 생활을 했던 사람들이 이렇게 마음이 맞아 함께 여행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자체가 참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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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적 취향이 맞는 사람들도 있었고 또 전시취향이 맞기도 했다.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 같이 또 보기로 약속을 했다. 실제로 아직도 연락하고 있고 1년에 한 번 정도 다 같이 모이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여행 중에 느꼈던 ‘신기하다’는 느낌을 다시 받는다. 여행의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고 함께 기억할 수 있다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축복이다. 혼자 하는 여행도 좋지만 가끔은 한국 사람들을 만나 함께 동행하는 것도 추천한다. 한국에서는 절대 만나지 못할 인연들도 여행을 통해 만나게 되고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모르던 세상, 내가 모르던 이야기들을 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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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투 상벤투역. 곳곳에 아줄레주 타일을 볼 수 있다.


    와인에 취하고 야경에 취하고 조금 알딸딸한 상태로 이야기를 한참 나누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우리도 가보기로 했다. 그곳에서는 할아버지가 악기를 연주하시며 재즈풍의 노래를 부르고 계셨다. 연주를 정말 잘하시기도 했고 야경과 무척 잘 어울려 절로 감탄이 나왔다. 또 유럽 곳곳에는 온 몸에 페인트를 칠하고 마임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동전을 주면 즐거이 움직인다. 그 모습도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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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현
    △ 1995년 김해 출생
    △ 동원과기대 유아교육과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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