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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권력에 가까이 가려고 노력한 대법원- 김재익(남해하동본부장 국장)

  • 기사입력 : 2018-08-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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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이 이슈의 중심에 놓여 있다. 법원은 다른 조직에 비해 이슈 메이커로 떠오를 가능성이 적은 조직이다. 검찰에서 올라오는 기록과 변호사의 서면을 사무실에서 검토한 후 법정에서 판결로써 마무리하는 게 법원의 역할이다. 대외활동이 가장 적은 기관이면서 어떤 기관을 상대로 로비할 필요도 없다. 대법원이 첩보 활동이나 수사도 하지 않으면서 특수활동비를 써가며 대외활동이나 로비를 했다면 이를 곱게 봐줄 국민은 없을 듯싶다.

    대법원은 기관 자체가 역동적이지는 않지만 법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 최종 판단을 내리는 최고 법원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법원은 살아있는 강력한 권력 중의 하나이다. 부여된 권력은 올바르게 이용하는 게 맞지만 최근 불거지는 일들은 편향적인 권력의 행사다. 정치권과 코드 맞추기를 시도하려 한 흔적들도 드러나고 있다. 대법원이 권력에 가까이 가려고 했다는 것은 스스로 삼권분립의 정신을 훼손시키는 행위다.

    법원행정처가 지난달 31일 추가 공개한 문건에서 국정농단에 따른 탄핵 국면 당시 법원행정처는 ‘대통령 하야 가능성 검토’와 ‘대통령 하야 정국이 사법부에 미칠 영향’ 등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당시 분위기에서 대통령 하야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은 대법원도 해볼 수 있겠지만 그에 따른 ‘대법원의 전략’은 상식적이지 못하다. 전략이란 게 사법정책의 방향이 아니라 일선 법원에서 법관들이 독립적으로 내놓을 판결의 방향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정치는 진보, 경제·노동은 보수’라는 판결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나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소송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잘못된 권력 행사의 한 사례이다. 법원행정처가 만든 대외비 문건은 해당 재판부도 아닌 행정처가 이 재판을 ‘각하’ 또는 ‘기각’으로 결론지은 것이다. 이 문건은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선언한 직후로 대법원이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청와대 코드 맞추기’를 시도한 것이다.

    대법원은 부산지역 건설업자의 뇌물사건 재판에 법원행정처가 개입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재판기록의 열람·복사를 허용해달라는 검찰의 요청을 지난달 31일 거부했다. 이 건 역시 상고법원 추진과 관련해 로비성 재판개입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법원은 지난달 21일에는 재판거래 등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대법원 판사들에 대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사법농단에 대한 법원 자체의 ‘셀프개혁’이 한계를 드러내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사법농단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핵심인물이지만 법원의 권위 실추는 대법원 전체의 문제이다. 대법원의 특수활동비의 경우를 보더라도 대법원장은 물론 대법관들도 마치 ‘수당’처럼 받아 썼다. 수십년 동안 없던 특활비를 지난 2015년부터 새로 편성했다면 대법원의 특활비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과거 ‘정치 검사’라는 부정적인 용어가 있었는데 이런 분위기라면 ‘정치 판사’라는 불명예스러운 말을 들을 수도 있다. 신규 대법관 3명이 지난주 임명장을 받고 오늘 퇴임하는 대법관 3명의 후임으로 일하게 된다. 새 대법관 임명을 계기로 실추된 대법원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길 바란다.

    김재익 (남해하동본부장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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