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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남해 섬이정원 차명호 대표

초록의 정원, 나와 땅과 자연의 합작품입니다

  • 기사입력 : 2018-08-0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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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원에 빠져 한번 소개받은 땅을 바로 구입해 서울에서 남해로 내려와 혼자 정원을 가꾼 지 벌써 10년 정도가 된 것 같습니다.”

    지난달 26일 남해군 남면에 위치한 섬이정원을 방문해 만난 차명호(58) 대표는 그동안 남해에서 삶을 단적으로 이같이 표현했다. 폭염이 작열하는 이날 창원에서 차를 운전해 2시간 30분 정도 걸려 이곳에 도착했다. 섬이정원은 남해에서 아난티 C.C와 다랭이 마을 등으로 잘 알려진 곳 주변에 있다. 이곳에 들어서자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각종 꽃들과 난대성 나무들이 반겼다. 정원의 길을 따라 산책을 하면서 여기저기에 설치된 연못들도 눈길을 끌었다. 주변으로 앉아 쉴 수 있는 의자들과 포토존도 마련돼 있었다. 전체 1만5000㎡ 규모로 조성된 정원은 미리부터 치밀하게 계획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넓은 정원을 차 대표 혼자 가꾸었다고 하니 그동안 그의 손길과 노력이 엄청났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그것도 경남에서 민간정원 1호(전국 3번째)로 지정돼 사람들이 제법 찾을 정도로 조성될 정도면 더욱 그렇다. 민간정원은 지난 2015년 정원법이 생기면서 민간인도 정원을 조성해서 입장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정 받은 정원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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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명호 섬이정원 대표가 남해군 남면에 위치한 섬이정원 내 아회나무와 야생화로 조성된 숨바꼭질길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김승권 기자/


    ◆우연히 정원에 관심 가져= 차 대표는 원래 정원과는 전혀 무관한 삶을 살아왔다. 오랫동안 서울에서 의류사업을 해왔다. 생산도 하고 소매 매장을 운영했다. 그러다가 지난 2003년 경기도 파주 헤이리에 마당이 있는 주택으로 이사를 갔다. 이곳에서 어느 날 모네 화집을 보다가 연못에 다리가 놓여져 있는 것을 보고 마당에 이같이 만들어 보고 싶었다. 인터넷을 보고 공부를 해서 연못을 팠는데 너무 작아서 다리를 놓지는 못했다. 하지만 집을 방문한 지인들로부터 옛날부터 연못이 있었던 것 같다며 칭찬을 듣기도 했단다. 연못 주위로 꽃도 심고 가꾸었는데 재미가 있었다. 문제는 정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겪게 되는 시행착오를 그도 경험한다. 처음부터 밑그림이나 계획없이 꽃을 심어 나중에 전체적인 형태, 구성 등에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제대로 밑그림과 계획을 갖고 정원을 조성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됐다. 지금처럼 정원에 빠져들게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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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명호 남해 섬이정원 대표.

    ◆남해와 인연= 정원 가꾸기에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이 분야에 전념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2007년부터다. 정원 조성의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땅을 구입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해 3월초 제주도 방문이 첫 일정이었다. 원래 식생이 좋아 정원조성에 염두를 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부동산 중개업소가 소개하는 땅(3000~5000평 규모)을 열흘간 둘러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중개업소에 좋은 땅이 나오면 연락할 것을 부탁드리고 거제 외도 보타니아(식물원)로 갔다. 이곳을 둘러보던 중 일년 전에 남해에 2시간 정도 왔다가면서 강한 인상이 남아서 다시 들렀다. 남해에서 부동산중개소에 부탁했는데 데려온 곳이 지금의 자리다. 보고 1주일만에 계약을 했다. 그는 “다랑이논과 앞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경치(여수), 뒤에 위치한 산 등이 마음에 와 닿았다”면서 구입 이유를 설명했다. “제일 어려운 것이 땅을 정하는 것인데 쉽게 마음에 드는 것이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덧붙였다. 2007년 3월에 구입을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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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명호 남해 섬이정원 대표.

    ◆정원 조성 구상= 땅을 구입한 후 바로 정원 조성에 나서지 않고 2년 동안 땅의 위치별로 정원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미술, 건축, 식물 등 조경과 관련된 생소한 분야의 공부를 했다. 미술은 정원의 형태를 그리고 꽃 등의 전체적인 색의 조화를 위해, 건축은 형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정원 형태를 어떻게 갖출 것인가에 대한 해결을 위해 창덕궁, 비원 등 궁궐의 담이나 벽들을 직접 살펴보기도 했다.

    독일, 영국 등 유럽을 방문해 정원을 견학해 체험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사진으로 보는 것과 달리 직접 보고 들으면서 기존 동양식 정원과는 다른 서양식 정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것이다.

    동양 정원은 우리의 경우 경치 좋은 주변에 정자를 설치(차경)하는 방식이고, 중국은 담을 쌓고 연못을 파고, 기암괴석을 배치하는 식이고, 일본은 간결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 서양의 경우 주로 평야여서 나무를 키워서 담과 구획을 만들어 구획지별로 그곳에 꽃을 심고 정원을 만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차 대표는 “우리 정원은 기존의 자연물을 그대로 살리면서 배경이 좋은 곳에 의자나 정자 등을 설치하는 차경과 다랭이 논에다 서양식의 나무 울타리 등을 조성해 구획별로 정원을 조성하는 등 동서양이 혼재된 섬이정원만의 독특한 특징을 추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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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명호 남해 섬이정원 대표.


    ◆정원 조성하기= 2008년 남해에 내려와 빈집에 살다가 2009년 3월부터 정원 만들기에 나섰다. 지하수를 파고, 정원 중간중간에 물을 줄 수 있도록 관을 묻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어 나무를 심고, 연못(8개 정도)을 파고, 꽃을 심는 순으로 진행됐다. 나무는 남부지방의 난대성에 속하는 상록수 위주로 50여종을, 꽃은 원예종(외래종) 300여종을 심었다. 정원을 큰 틀에서 보면 옛날부터 있던 다랑이논과 돌담을 그대로 살리면서 전체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하는데 집중했다는 게 차 대표의 설명이다. 정원은 조성을 시작한지 7년 가까운 시간이 걸려 2016년 6월 오픈했는데 조성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았다. “처음에 녹나무를 심었는데 예기치 않게 기후로 인해 죽거나, 비가 많이 오면 다랭이 논이어서 위에서부터 물이 합류하며 양이 많아져 꽃을 유실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원예에 대해 잘 몰라서 죽기도 하고, 심은 꽃이 조화가 안 맞아서 옮겨심기도 하는 등 이런저련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정원 가꾸기도 예술= 차 대표는 일년 내내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원에만 매달려 살고 있다. 계절에 따라 하루 일정이 조금씩 다르지만 꽃을 심고 물을 줘 가꾸고, 나무의 가지를 잘라주고, 주변을 정리하는 등 항상 일손이 바쁘단다. 이렇게 매일 정원에만 매달려 일상을 보낼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애정이나 관심보다는 재미가 없으면 오래 못합니다. 정원 가꾸기는 의외로 즐거움이 많습니다. 단순한 것 같지만 땅에다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하다 보면 궁리가 생기면서 계속 완성도를 높여가게 되죠. 이를 통해 추구하는 것의 완성도나 만족도를 높여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차 대표는 섬이정원에 대해 ‘우리정원’이었으면 한다고 했다. 관람객들이 정원에 들어오면 나가기 싫어 편안하게 있고 싶은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되길 원한다. 이를 위해 주변의 돌과 담장을 그대로 사용하는 등 최대한 전체가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제공하도록 했다. 또 중간중간에 벤치나 정자도 설치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했다.

    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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