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9월 23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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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이 되면- 발달장애 동생과 함께한 시설 밖 400일

13살때부터 18년간 시설에서 생활한 여동생
사회로 데리고 나와 함께 사는 언니의 기록

  • 기사입력 : 2018-08-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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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이 태어나서 열세 살이 되던 해, 누군가가 이렇게 말한다면 어떨까?

    “너는 이제 네가 살던 가족들과 떨어져서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외딴곳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과 평생을 살아야 해. 그게 네 가족의 생각이고, 거절할 권리는 없어.”

    이것은 유명 유튜버이며 다큐멘터리 감독이기도 한 장혜영 작가의 한 살 어린 여동생 장혜정씨에게 일어났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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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혜정씨는 무려 18년 동안을 시설에서 살았다. 중증 장애인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격리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배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편견의 울타리를 뛰어넘지 못한 채 말이다.

    장혜영 작가는 어느 순간 동생의 삶을 동생이 한 번도 스스로 선택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때부터 동생이 시설에 살아야 하는 것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그게 최선일까? 진짜로 동생을 위한 것일까?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는 없을까? 시설에서 느끼고 경험한 부조리한 상황이 쌓여 갈 즈음, 결심했다. 시설에서 데리고 나오기로.

    <어른이 되면>은 장혜영 작가가 발달장애인 동생 혜정씨를 시설에서 데리고 나와 살게 된 400일 일상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로 채운다.

    시설에서 나온 동생의 자립이 가능할까? 먼저 장혜영 작가는 혜정씨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일을 그만두기로 한다. 그리고 동생과 함께 보내는 일상을 유튜브 영상으로 사람들과 공유하고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겠다는 약속으로 많은 사람의 투자를 받는다. 다큐멘터리 작업이 진행되면서 다큐멘터리팀 사람들과 혜정씨가 서로 관계를 맺고 도움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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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혜영 작가는 말한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우린 모두 연약하고 부족한 인간이라고. 삶을 지탱할 때에는 완벽하게 스스로 노력으로 유지하는 게 아니라고. 반드시 주변의 도움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말이다. 탈시설도 마찬가지다. 탈시설이 가능하게 하려면 많은 사람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장혜영 작가는 되도록 혜정씨에게 많은 사람을 만나게 해주어 관계를 맺게 하고 그 과정에서 실제로 동생의 친구가 된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책 <어른이 되면>의 제목은 혜정씨의 중얼거림에서 시작된다.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을 때 그녀는 “어른이 되면 할 수 있어”하고 중얼거렸다. ‘어른이 되면 할 수 있다’는 말로 서른의 세월 동안 얼마나 수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는 겪어보지도 못한 사람들을 재단하고 판단하느라 수많은 가능성을 차단하고 생각의 울타리를 치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장혜영 작가가 혜정씨의 탈시설을 감행했다는 건, 단순히 한 개인의 가정사로 치부하기에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작게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생각 울타리를 넘는 일이고 크게는 우리 개인이 모든 상황과 사람을 만나며 쳐놨던 잘못된 생각 울타리를 부수는 일이다. 우리는 또 얼마나 보호라는 명목으로, 힘들다는 생각으로 수많은 약자를 시설로 보내어 그들의 가능성을 펴보지도 못하게 가뒀을까. 어쩌면 자기 스스로 그러지 않았을까?

    장혜영 지음, 우드스톡 펴냄, 1만6000원

    양영석 기자 yys@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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