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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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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47) 암투병 중인 엄마와 집 없이 떠도는 수영이

암투병 엄마와 6년째 더부살이 생활 이어가
아버지 학대로 우울증·대인기피증
부모 이혼 후 엄마 친구집 등 전전

  • 기사입력 : 2018-08-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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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영(가명·17)이는 언젠가부터 어두운 방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다. 어머니가 몇 번이나 설득해야 겨우 얼굴을 한 번 비출 정도다. ‘사람이 싫다’는 이유로 지난해 다니던 학교도 자퇴했다. 이후 다른 학교 편입도 시도했지만 수영이는 끝내 등교를 하지 못했다. 공공장소같이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는 압도적인 불안을 느낀다.

    이전에 있던 학교에서 사귄 친구 몇, 어머니 외에는 인간관계 형성이나 유지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올해 1월 정신과 진료를 통해 청소년우울증과 대인기피증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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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 관리사들이 수영이네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수영이는 어머니와 단둘이 산다. 어렸을 때는 아버지와 함께 살았지만 6년 전 어머니와 이혼하면서 연락이 끊겼다. 수영이는 오랜 시간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노출돼 왔다.

    아버지는 수시로 가정폭력을 행사했고 아버지가 수시로 보이는 위협적인 행동은 수영이를 심리적, 사회적 난관 속에 밀어 넣었다. 아버지는 술을 즐겼고, 일자리를 자주 잃으면서 경제적으로 불안한 생활이 지속됐다. 아버지는 어머니 명의로 카드빚과 은행 대출을 받아 유흥비로 탕진했고, 어머니는 현재 신용불량 상태다.

    “남편 폭력을 피해서 수영이를 업고 여성쉼터를 찾아다닌 세월이 길었어요. 병원이나 경찰서도 드나들기 바빴고. 수시로 애를 가방 메듯 둘러업고 뛰면서 수영이를 제가 우스갯소리로 ‘가죽가방’이라고 부르기도 했어요.”

    이혼 후 어머니와 수영이는 지속적인 주거 불안정 속에 살고 있다. 어머니 친구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며 5년간 함께 생활했고, 지난 4월부터는 이모집 거실 한편에서 살고 있다.

    “수영이가 사람을 기피하는 데다가 이모 부부 눈치를 보면서 밥도 잘 안 먹고 말수도 더 적어지고. 많이 힘들어해요. 저 때문에 언니랑 형부가 가끔 말다툼을 하는 것을 보는 일도 괴롭습니다.”

    최근에는 더 큰 난관이 찾아왔다. 4월에 어머니가 유방암 3기 판정을 받아 수술을 받았다. 6월 말부터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수술 이후 팔을 거의 사용하지 못하면서 생계 곤란도 찾아왔다. 기초생활 수급비 80만원으로 비급여 항암치료비를 충당하고, 이런저런 생필품을 사고 나면 두 식구 생활도 빠듯하다. 어머니는 이모 식구들이 집을 비우면 이 방 저 방으로 이부자리를 옮겨 다니며 겨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례 관리사는 “수영이와 어머니가 건강문제와 주거불안 문제, 경제문제 등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특히 주거불안 문제를 6년째 겪고 있어 주거 안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어려운 고비를 잘 넘긴다면 충분히 자립할 수 있는 가정이다. 지역사회의 따스한 도움의 손길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글·사진= 김유경 기자

    ※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514-07-0203293(사회복지법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7월 11일자 18면 ‘빚 때문에 힘겨운 영민이네’ 후원액 523만원(특별후원 BNK경남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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