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9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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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와 개 - 김기택

  • 기사입력 : 2018-08-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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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토바이에 달린 개줄에 끌리어

    개 한 마리

    오토바이 따라 달려간다.

    두 바퀴와 네 다리가 조금이라도 엇갈리면

    개줄은 가차없이 팽팽해지고

    그때마다 개다리는 바퀴처럼 땅에 붙어서 간다.

    속도가 늘어나도 바퀴는 언제나 한 가지

    둥근 모양인데

    개다리는 네 개에서 여덟, 열여섯……

    활짝 펼쳐지는 부챗살처럼 늘어난다.

    사정없이 목을 잡아당기는 개줄에 저항하면

    네 다리는 갑자기 하나가 되어

    스파크를 일으키며 아스팔트에 끌린다.

    아무리 달려도 서 있을 때처럼 조용한 바퀴 옆에서

    심장과 허파를 다해 헐떡거리는 다리.

    오토바이 굉음소리에 빨려 들어가는 헐떡거림.

    아무리 있는 힘을 다해 종종거려도

    도저히 둥글어지지 않는 네 개의 막대기.

    느슨해지자마자 팽팽해지는 개줄.

    ☞ 이 시의 제목만 읽어도 한강 소설 ‘채식주의자’의 주인공 아버지가 딸을 물었다는 핑계로 어린 딸이 보는 앞에서 개를 오토바이 뒤에 묶은 채 지쳐 죽을 때까지 동네를 돌리는 장면이 떠오른다. 딸아이는 그 충격으로 죽음에 이르는 마음병이 들고 말지만, 그럼에도 이 소설이 단순히 인간의 폭력성에 대해 말하는 것만이 아니듯, 이 시의 ‘아무리 달려도 서 있을 때처럼 조용한 바퀴 옆에서/심장과 허파를 다해 헐떡거리는 다리’ 구절에 이르면 가엾기 짝이 없는 그 개가 속도와 능률의 상징인 ‘조용한 바퀴(기계문명)’에 목이 묶인 채 온갖 환경호르몬과 괴질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겹쳐진다. ‘느슨해지자마자 팽팽해지는 개줄’ 이미지는 현대인들의 가까운 미래라고! 깊고 예리한 눈을 가진 시인의 경고인지도 모른다. 조은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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