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9월 23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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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보좌진 매뉴얼- 김진호 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8-08-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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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스갯소리지만 기자와 거지의 공통점은 편하다는 것이다. 기자는 정부부처라면 출입하는 데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고, 거지는 당장 때꺼리(끼닛거리)를 걱정하지 않는다. 국회에 수년간 출입하다 보면 늘 보는 게 대한민국 국회의원과 보좌진이다. 국회의원이 4년 ‘계약직’이라면 보좌진은 별정직 공무원이지만 임시직에 가깝다.

    ▼3년 전 서거한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김 대통령이 서울대에 재학 중일 때 외무장관을 지낸 장택상이 민의원 선거에 도움을 요청하자 서울대 동료 20여명과 함께 경북 칠곡으로 내려가 40여 일간을 후보와 침식을 함께하며 찬조연설을 하는 등 당선을 도왔다. 이후 김영삼은 장택상 국회부의장의 인사담당비서관이 됐다. 김태호 전 국회의원도 옥중출마한 이강두 의원의 선거 기획실장으로 당선을 도운 뒤 도의원, 군수, 도지사를 거쳐 국회에 입성했다.

    ▼이처럼 국회의원 보좌관은 한때 정치 등용문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정책을 입안하고 다루는 전문인으로 위치와 역할이 변했다. 국회의원 보좌관(보좌진)은 의원의 의정활동을 보좌하는 ‘정책적 조력자’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일을 하지만 신분이나 기본권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보좌진을 임명하기 때문이다. 이는 국회의원이 보좌진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국회사무처가 2016년 4월 발간해 사용하고 있는 신규 임용 보좌직원 길라잡이(매뉴얼)가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매뉴얼에는 ‘전화받는 때가 근무시간이고, 국회의원이 있는 곳이 곧 일터다’ 등 내용이 담겨 있다. 실제 일부 보좌진은 자신을 ‘개인비서’, ‘사노비’라고 비하한다. 갑질문화 타파를 선도해야 할 국회가 세상과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의원 보좌진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장치가 더욱 시급해 보인다.

    김진호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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