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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주연은 없다- 이학수(사회2부장)

  • 기사입력 : 2018-08-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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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해보다 풍성한 결실을 거둔 한 해였다. 극단 예도가 ‘선녀씨 이야기’로 전국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극단 장자번덕의 ‘바리, 서천 꽃 그늘 아래’에 이어 2년 연속 대상을 받아 경남 연극인의 저력을 보여 주었다. 거창국제연극제와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가 다시 최대 관객을 모으며 연극축제로서 자리를 굳건하게 지켰다. 국제연극제의 효시인 마산국제연극제는 창동 도심 재생에 초점을 맞춰 개최됐다.…’ 2012년 연말 경남신문의 도내 연극계 결산 기사다. 이때는 ‘연극 메카 경남’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었고, 경남의 자랑이었다.

    2018년. 거창국제연극제는 논란 속에 예산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해외 초청팀 하나 없이 치르고 있다. ‘국제연극제’라 이름 붙이기 민망하다.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는 미투 폭로로 총감독 이윤택이 구속되면서 만신창이가 됐다. 마산국제연극제는 사라진 지 여러 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올해로 30회인 거창국제연극제는 오롯이 연극인 이종일의 공로로 돌려도 무방하다. 지역에서 중앙집권 문화구조를 허물겠다는 그의 끈질긴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의 청춘을 다 바친 목숨과 같은 것이다. 그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렸다. 지원받은 국고보조금 관리 문제로 감사원 감사를 받는다느니, 그 문제로 검찰 내사를 받았다는 등…. 사법처리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그의 명성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거창군과 갈등의 골을 메우지 못하면서 급기야 지난해는 두 개의 연극제가 동시에 열리는 목불인견의 상태까지 갔다. 올해 봉합되나 싶었는데, 결국 또 파투가 났다. 몇 년째 시끄러운 거창국제연극제, 이제 쳐다보기도 싫다는 말까지 나온다.


    마산국제연극제는 예산 부적절 집행으로 창원시로부터 예산 지원이 끊겼고, 연극제도 막을 내렸다. 이윤택은 2008~2010년 3년간 정부와 경남도로부터 창작뮤지컬 ‘이순신’을 연출하면서 수십억원의 보조금을 받았고, 잡음이 들렸다. 결국 돈이 관련되면서 말썽이 생겼다. 공로가 있든 없든 누구든지 나랏돈을 쓰면 정산은 꼼꼼하게 해야 한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말라’는 말도 이게 전제될 때 성립한다.

    이종일은 평생을 바쳐 경남 연극을 이끌어온 원로다. 뒤끝이 이렇다 보니 그의 성과도 바랬다. 올해 예산 승인을 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기정사실화해 홍보에 나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분란만 키웠고, 불신을 더 쌓았다. 거창군 고위 관계자는 거창국제연극제의 정상화 걸림돌로 ‘사람’을 들었다. “그에 대한 불신이 너무 깊다. 내년부터 예산집행은 거창문화재단에서 하고, 진흥회는 작품 선정만 하는 방향을 고민 중이다. 신뢰회복이 안 되는데 돈만 주면 뭐하나. 예산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

    1996년 극단 ‘마산’이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로 대통령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주인공 도법스님을 통해 눈에 보이는 색(色)에 집착하며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를 숨기고 사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려냈다. 주인공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 ‘망령’과의 싸움에서, 주인공은 스스로를 찔러 번뇌망상을 떨치고 해탈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필자는 자유를 얻으려면 집착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이해했다. 무대에서 영원한 주연은 없다. 주연이 조연 되고, 조연이 주연 되는 게 세상사다.

    이학수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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