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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칼럼] 나는 ‘나이 많은 신규교사’

  • 기사입력 : 2018-08-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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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95일. 2015년 행복학교의 현장 연구와 지원을 위해 학습연구년 B형을 자원해 학교 밖으로 나온 나는, 2016년과 2017년 행복교육지원센터 파견교사로 학교 밖에서 1095일을 보내고 올 3월 1일자로 학교현장으로 돌아왔다. 복귀한다는 설렘 한편에는 적응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도 있었다. 그래도 30년에 가까운 경력을 믿으며 돌아온 나는 안타깝게도 ‘나이 많은 신규교사’가 돼 한 학기를 보내야 했다.

    교통안전에 대해, 유괴방지에 대해, 물놀이 안전에 대해, 재난대비에 대해, 각종 폭력예방교육에 대해, 친구사랑 등에 대해 교육을 했는지 흔적을 남겨야 하고, 매달 교실 안전에 대해 체크해서 제출해야 하고, 민주적인 학교문화 조성을 위해 회의도 해야 하고, 각종 위원회에 참석도 해야 하고, 위원회를 열어 회의록을 만들어야 하고…. 늘 마감시한을 놓치고 독촉을 받아야 하는 나는 어느 순간 나이 많은 신규교사가 돼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른만 표류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 맞벌이 가정으로 부모의 귀가가 늦어 학원순례를 해야 하는 아이들은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날이 서 있었고 지쳐 있었다. 늘 손톱을 물어뜯어 열 손가락 중 제대로 자란 손톱을 찾아보기 어려운 아이와 제 몸에 상처를 내며 교사의 관심을 받으려고 하는 아이, 작은 갈등에도 분노하며 화를 내는 아이, 자신이 돋보여야 활동에 참여하는 아이, 마음대로 안되면 늘 울어서 친구들을 힘들게 하는 아이, 지우개를 조각내서 필통 가득 채워 만지작거리는 아이….

    방법을 고민하던 나는 일주일에 한 시간 강당에서 협동놀이 수업을 진행했다. 아이들은 규칙을 배웠고 혼자 잘 났다고 해서 이길 수 없음을 알았으며 양보와 배려를 몸으로 체득하면서 어느 순간 교실에 평온함이 찾아왔다. 다툼이 있는 날은 모두가 교실바닥에 둥글게 앉아 이야기를 하였다.

    아이들은 ‘듣기’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상대에게 고함을 치거나 윽박지르는 일도 줄어들었다. 내가 깔아 준 멍석 위에서 아이들은 방법을 찾아 갔다. 학교 밖 1095일을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며 학교로 돌아온 나는 이렇게 마주친 현실에 흔들렸고 ‘학교혁신’은 정말 가능한가를 스스로에게 되물으며 한 학기를 보냈다.

    사회가 복잡해진 만큼 학교에 요구하는 것도 많고 학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은 없고 그러다 보니 학교가 방향을 잃고 표류하게 된 건 아닐까? 1095일 동안 지켜본 ‘경남형혁신학교 행복학교’는 앞으로 학교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며 학교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현장이었으며, 이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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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희 (양산소토초 교사)
    누군가는 ‘그들만의 학교’라고 말하지만 ‘학교구성원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오롯이 ‘아이’를 중심에 놓고 함께 고민하는 학교’는 교사라면 누구나 근무하고 싶은 학교의 모습이 아닐까? 나이 많은 신규교사와 함께 2학기 꿈을 함께 꿔 보실래요?

    유승희 (양산소토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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