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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無窮花)- 이상권 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8-08-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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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라마다 민족성과 역사를 반영한 국화(國花)가 있다. 영국 장미, 프랑스 붓꽃, 독일 수레국화 등이다. 미국이나 캐나다는 주(州)마다 주화(州花)를 정한다. 국화는 지배세력의 상징에서 채택하는 게 대체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꽃 무궁화는 법으로 정하지 않았다. 오랜 세월 민족의 상징처럼 자리했다. 왕성한 번식력과 끈질긴 생명력이 특징이어서 민족성에 비유한다. 수많은 외환을 이겨낸 인내와 끈기의 삶을 닮았다고 본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저술된 동양 최고(最古) 지리서 ‘산해경’에 “군자의 나라에 훈화초가 있는데,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진다(君子之國 有薰花草朝生暮死)”는 기록이 있다. 군자국은 우리나라를 가리키며, 훈화초는 무궁화의 옛 이름이다. 우리나라 무궁화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신라 효공왕이 당나라에 보낸 국서에도 “근화향(槿花鄕 : 무궁화의 나라)”이란 표현이 나온다. 이로 미뤄 이미 2000여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무궁화가 자생했음을 알 수 있다.

    ▼무궁화는 ‘다함(窮)이 없다(無)’는 이름과는 달리 하루 만에 단명(短命)한다. 새벽에 피기 시작해 저녁이면 진다. 하지만 새로운 꽃이 끊임없이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7~10월 약 100일 동안 매일같이 화려한 꽃을 피우는데 나무 한 그루에서 한 해 보통 2000~5000여 송이가 열린다. 뙤약볕에 더욱 열정적으로 피는 강인함을 갖춘 데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 무색하도록 무궁하게 꽃이 이어진다.

    ▼빼어나고 두드러져야 살아남는 시대다. 능력을 극대화하고 경쟁에서 이겨야 인정받는다. 부와 권력을 얻기 위해 세상은 무한 열정과 에너지를 강요한다. 하지만 하루 만에 꽃잎을 떨궈도 다시 피어나는 무궁화처럼 연약하지만 쉼 없이 이어지는 열정이 모여 풍성한 군락을 이룬다. 진정 강하고 영원한 것은 홀로 잘난 독단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다. 유달리 더운 올해 염천지절(炎天之節), 매일 새 꽃망울을 터트리는 무궁화를 다시 본다.

    이상권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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