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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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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대학과 지역- 권경우(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 기사입력 : 2018-08-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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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이 위기다. 위기의 원인은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으로 구분된다. 외적 요인으로는 ‘인구 절벽’이라는 환경 변화에 따른 문제다. 대학을 구성하는 핵심인 학생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대학은 존립 자체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또 장기적인 청년실업 문제도 대학 위기의 외적 요인 가운데 하나다. 대학이 더 이상 자신의 미래를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내적 요인으로는 대학 내부의 보수화다. 사학 비리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대와 문화를 담아내지 못하는 교육 내용으로 인해 대학은 더 이상 그 기능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학 붕괴의 원인과 결과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나아가 새로운 대안을 발견하는 차원으로 이어진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대학 붕괴의 원인과 결과로는 대학의 구성원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과 교수, 직원의 관계가 파편화되고 무너진 것을 들 수 있다. 대학공동체의 붕괴다. 이는 2000년대를 전후로 신자유주의 논리가 대학사회에 빠르게 전파된 결과로, 학생과 교수, 직원이 공동체 차원에서 자신의 역할을 파악하지 않고 ‘각자도생’의 길로 달려간 결과다. 학생은 취업 전쟁에 뛰어들었고, 교수는 평가와 연봉에 매달렸고, 직원들은 경영 관점으로 수익 관리를 하는 집단이 되고 말았다.

    대안은 있는 것일까?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대학공동체의 복원이다. 지금과 같이 급변하는 사회에서, 그리고 취업 등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대학은 최소한 몇 년 동안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대학공동체에 들어오는 학생들과 함께 교수와 직원이 함께 대학사회를 일종의 공동체로 만들어 간다면 지금 시대에 필요한 중요한 모형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청년 세대가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이미 사라진 공동체의 경험을 대학에서 수년 동안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 분명하다. 대학공동체는 학문과 생활과 문화와 노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동의 경험을 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공 분야로 분절되어 있는 대학 내부의 구조부터 혁신해야 한다.

    다음으로 대학은 지역사회와 연계해야 한다. 지역은 급격한 인구 감소에 대응해서 어떻게 하면 대학자원이 지역자원으로 연계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며, 대학 역시 대학공동체가 지역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최근 서울시는 서울 소재 대학을 중심으로 ‘캠퍼스타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과 지역을 연계하고 수업과 활동, 공간 등을 연결함으로써 일종의 지역공동체 차원에서 대학을 사고하게 만드는 일이다. 취지는 좋지만 여전히 현실은 멀다. 대학과 지역이 본질적으로 하나가 될 수 있는 캠퍼스타운이 되려면 기존 행정과 대학 구조를 흔들 수 있는 관점과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현재 한국사회의 대학은 일종의 섬으로 존재한다. 대학이 외로운 섬으로 남지 않으려면 대학과 지역의 상호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노력 이상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과 정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취업을 넘어 산업과 경제, 문화와 예술, 마을, 공동체, 일상 등 모든 영역에서 연결될 수 있는 지역과 대학의 관계를 상상해본다.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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