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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물이 깊을수록 소리가 없다- 손형규(한국산업단지공단 김해지사장)

  • 기사입력 : 2018-08-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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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쾌지수가 높은 요즘 날씨에는 사소한 말 한마디에 큰 싸움이 날 수도 있다. 모 영화의 명대사처럼 ‘뭣이 중 헌디’ 겨우 말 한마디에 화를 내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그 말 한마디가 비수로 돼 사람의 가슴을 뚫기도 한다.

    회룡포로 유명한 경상북도 예천군에는 말(言)무덤이 있다.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말무덤은 실제하는 무언가를 묻는 무덤이 아닌, 상징적인 무덤이다. 이곳 말무덤에는 조그마한 고분과 함께 명언이 각인된 비석이 고분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말무덤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옛날 한 마을에 사소한 말 한마디가 씨앗이 돼 문중 간 싸움이 그칠 날이 없자 마을 어른들이 지나가던 과객에게 해결책을 물었다고 한다. 과객이 해결책을 일러주길 무덤을 하나 만들고 입안 맴도는 말들을 무덤에 묻으라고 했다. 마을 어른들은 과객이 일러준 대로 말무덤을 만들고 그 안에 상대에게 말하고자 했던 것들을 묻자 마을에 평온이 찾아왔다고 한다. 우리는 TV, 라디오, 책 등 많은 매체들을 통해 말하는 방법론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상황에 맞춰 서두를 던지고 상대방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들을 명확히 말하라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말하는 법에 있어 고려해야 될 첫 번째 단계는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할 것인가’가 아닌 ‘이야기를 할 것인가’이다.

    고전 문학 ‘어린 왕자’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여우와 친구가 되고 싶었던 어린 왕자가 여우에게 친구가 되는 법을 묻자 여우는 다음과 같이 알려준다.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아주 참을성이 있어야 하며, 말을 하지 않고 하루하루 조금씩 가까이 행동으로 다가가야 한다’ 이처럼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고, 친구를 사귀는 데 있어 많은 말은 불필요하다.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일수록 말이 많고,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말이 적다.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은 본인이 알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 말을 하지만,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본인이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고 여겨 말을 아끼는 것이다. 계곡 깊은 물은 소리 없이 흘러가듯이 말이다.

    손형규 (한국산업단지공단 김해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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