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0일 (화)
전체메뉴

[거부의 길] (1402)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72

“난초 그림 몇 점 있지?”

  • 기사입력 : 2018-08-16 07:00:00
  •   
  • 메인이미지




    산사의 가족은 서경숙이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그녀가 중국어에 능통했기 때문에 시언이와 준희까지 좋아했다. 김진호는 심은지가 맡긴 그림을 서경숙에게 전달했다. 서경숙은 그림을 꼼꼼하게 살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특히 화첩과 난 그림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 김진호는 서경숙이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울 때 따라 나갔다.

    “고맙다. 가지고 오는데 문제는 없었어?”

    서경숙이 담뱃갑을 건네주며 물었다. 김진호는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서경숙이 라이터로 불을 붙여주었다.

    “아무도 물어보지 않던데… 유명한 그림이 있어?”

    김진호는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그림이 수십 장이나 되었다. 서경숙이 흔들의자에 앉았다. 서경숙의 베란다는 담배를 피울 수 있게 탁자와 의자까지 놓여 있었다.

    “난초 그림 몇 점 있지?”

    “응. 좀 오래전 그림 같던데.”

    “그게 운미란인 것 같아.”

    “운미란? 그거 동양란이야?”

    “에이그 정신 좀 차려라. 그림 공부도 좀하고….”

    서경숙이 피식 웃었다.

    “왜?”

    “석파란에 대해서는 들어봤지?”

    “응. 대원군 이하응이 난을 잘 그렸는데 그 사람 호를 따서 석파란이라고 했다며? 가만… 그럼 운미도 누군가의 호겠네?”

    “민영익의 호야.”

    “민영익? 미국에서 포플러를 들여온 사람? 돼지도 들여오고 농업발전에 기여했지. 교육발전에도 기여하고… 민씨 척족이기는 했어도….”

    민영익은 구한말 민씨 척족으로 유명했다. 우정국 낙성식 때 김옥균 등이 자객을 동원하여 암살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민씨 척족은 두 부류로 나뉘어. 민영익 민영환 같은 인물과 민영휘 등 부패한 인물들. 신기한 건 민영휘가 휘문고등학교를 설립했다는 거야? 부패한 인물로 유명한데 또 육영사업을 했어. 참 평가하기 어렵지.”

    “그럼 난초 그림이 민영익의 그림이란 말이야?”

    “민영익은 말년에 상해로 망명했어. 난초 그림을 열심히 그렸는데 그림 속의 난초가 뿌리가 드러나 있지?”

    민영익은 친일 개화파에 밀려 중국으로 떠나 돌아오지 못했다.

    “상징인가?”

    “뿌리 없는 백성을 상징하지.”

    “와아!”

    김진호는 자신의 심정을 난으로 표현한 민영익에게 감탄했다. 민영익은 명성황후 민씨의 총애를 받았다. 8학사로 불리면서 개화파와 친하게 지냈으나 지나치게 급진적인 김옥균 박영효를 좋아하지 않았다.

    글:이수광그림:김문식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정민주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