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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김경수 도지사의 반차(半次) - 이문재 (정치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8-08-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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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전 9시 25분에서 7일 오전 3시 50분까지 18시간, 9일 오전 9시 25분부터 10일 오전 5시 20분까지 20시간. 나흘 사이에 38시간.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김동원씨의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허익범 특별검사팀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시간이다. 1967년생으로 젊은 나이라 체력이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특검의 무게를 생각하면 피로감은 어느 정도일지 가늠이 된다. 순전히 기자의 경험이지만, 동네 파출소(치안센터) 앞만 지나가도 괜히 다리에 힘이 빠지고 맥박이 빨라지는데, 검찰에 더해 특별검사팀이라니. 조사라는 것이 하나의 진실 고리를 완성하기 위해, 상대의 영혼을 후벼파는 끈질긴 작업이 아닌가. 묻는 사람도, 답을 하는 사람도 온몸의 세포를 곧추세우고 기나긴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김 지사는 1·2차 특검조사 직후 ‘충실하고 충분하게 해명했다’고 했다. 그리고 빠트리지 않은 것이 ‘경남 도정에 전념하고 경제와 민생 살리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멘트였다.

    두 가지를 종합해 보면, 자신은 진실을 밝혔으니 나머지는 특검이 알아서 판단해서 처리할 일이고, 자신은 이제 도지사 본연의 일에 매진하고 싶다는 것이다. 김 지사의 이 같은 발언은 드루킹 공모와는 전혀 무관하고, 인사청탁을 주고 받았거나, 지방선거를 지원해달라는 사실이 없다는 ‘진실’에 강한 자신감이기도 하다. 때문에 (조사에 성실히 임했으니) 특검의 굴레에서 벗어나 아무 거리낄 것 없이 경남도정에만 올인하고 싶다는 바람이자 각오를 비친 것이다.

    김 지사는 그의 바람과 각오대로 10일 새벽 특검 사무실을 나와 이날 오후 1시 서울 여의도에 있는 경남도 서울본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반일 연차를 내고 오전에 잠깐 휴식을 취한 후 출근한 것. 김 지사는 1시 40분부터 문승욱 경제부지사 등 경남도 실·국장·과장들과 도정 현안과 관련한 영상회의를 가졌다. 자신이 휴가로 비운 동안 진행됐거나 발생한 스마트 공장 확산, 일자리 창출, 폭염 대책, 국비 확보 문제 등을 보고받고 세세하게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어 11일에는 창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행사에 참석했다. 여기서도 그는 ‘완전히 새로운 경남을 만들겠다’고 재차 역설했다.

    기자가 주목하는 것은 특검이 아니다. 그것은 진실의 몫으로 떼놓자. 중요한 것은 특검 소환의 와중에도, 특히 새벽까지 조사를 받은 김 지사가 서울본부에 출근해 도정을 챙겼다는 것이다. 공무원이 당연히 할 일을 한 게 ‘뭐가 그리 대수냐’고 넘길 수 있다. 뻔히 보이는 ‘퍼포먼스’라고 폄하할 수도 있다. 도정에 대한 ‘열정’이라고 여기는 쪽도 있을 것이다. 어떤 평가도 가능하지만, 중요한 것은 김 지사 자신이 강조하고 약속했던 도정(道政)으로 되돌아왔다는 것이다. 반나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무슨 엄청난 일을 할 수 있었겠냐만은, 불안불안한 마음으로 경남을 걱정했던 도민들이 위안과 희망을 찾을 수 있는 단초로서는 충분해 보인다.

    상상해 보자. 지친 심신을 이끌고 출근했던 그날의 서울본부는 김 지사에 무엇이었을까. 중요한 정치적 결단을 할 때마다 찾아 입술을 깨물었던 봉하마을 노무현의 너럭바위는 아니었을까. 도지사직을 시작하며 옷깃을 여몄던 충혼탑은 아니었을까. 얼추 맞다면, ‘더 이상 도민들이 도지사로 인해 자존심 상하고 상처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그의 약속을 믿어도 되겠다. 김 지사에게 도정의 출발과 끝에 항상 자신이 ‘빚을 진 도민’이 있음을 잊지 않길 기대하고, 당부한다.

    이문재? 정치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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