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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책읽기 딱 좋은 계절

  • 기사입력 : 2018-08-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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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에 들어서자 후텁지근한 바람 속에 오래된 책 냄새가 밀려온다. 한국전쟁 피란민들과 고학생들의 사연을 기억하는 문화관 어르신의 애틋한 설명을 뒤로하고 골목을 천천히 걸어본다. 책방주인들은 전날 열대야에 잠을 설치고 늦잠을 자는지 문을 닫은 곳이 더 많다.

    들르려고 했던 책방도 주인이 멀리 가진 않은 듯한데 한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는다. 북적이는 도심 가운데 시간이 멈춘 듯한 이 골목에서 사람들이 지키려는 것은 무엇이고 찾으려는 것은 무엇일까?

    도심지역 기업형 중고서점에서는 깨끗한 신간이나 전집을 싸게 사는 알뜰한 즐거움이 있고, 이곳 헌책방골목에서는 작고한 유명인들이 남긴 절판된 책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 함께 갔던 지인은 신영복 교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초판을 운 좋게 찾아 정가의 몇 배를 더 주고 사셨다. 파란 녹이 낀 듯한 책표지, 이전 주인의 빛바랜 책 도장, 암울한 시절 청춘을 보냈던 이전 주인의 고뇌와 추억이 담긴 메모까지 고스란히 남겨져있는 그 책을 보니 30년 역사를 머금은 그 책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고 싶어진다.


    요즘은 e-book을 읽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여전히 종이책이 좋다. 마음에 드는 구절에 사각거리는 연필로 줄을 치며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는 종이 맛이 좋다. 알록달록했던 책등이 점점 빛을 바래가는 책장을 바라보며 나의 독서이력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책을 산다는 것,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본다.

    책을 사서 책장을 채우며 내 지식을 쌓는 것으로 착각한 것은 아닐까? 다 읽지도 않고 덮어 버리며 다 아는 것이라 교만했던 적도 있었을 것이다. 차례만 훑어보고 궁금한 부분만 찾아 읽었던 나의 요령을 반성한다. 나의 논리에 필요한 부분만 섭취하고 나머지는 버리는 옹졸한 독서를 반성한다. 머리로만 이해하고 가슴으로는 공감하지 못한 채 잊힌 이야기들에게 미안하다. 눈으로만 대충 읽어 놓고 모르면서 아는 것처럼 포장했던 나의 가식이 부끄러워진다. 소화하지 못할 음식을 욕심대로 먹고 꺼억 대는 대신 적게 먹고 천천히 먹으며 내 온몸으로 스며들게 해 제대로 쓰이게 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 그만 책 사는 것을, 읽는 것을 멈추고 아는 만큼만이라도 실천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법정스님은 세상에 책은 자갈돌처럼 흔하니 그 자갈돌 속에서 보석을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 보석을 만났을 때 비로소 자신을 보다 깊게 만들 수 있다고 하셨다.

    나를 녹슬지 않게 거들어 주고 있는 책들이 있어 참 좋다. 남은 여름 나는 몇 권의 책을 더 읽을 것이다. 새로 나온 책 대신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읽으며 내가 왔던 길을 다시 되짚어 가보리라. 한꺼번에 훅 읽어버리지 않고 자주 자주 책을 덮어가며 마음에 와 닿는 한두 구절을 품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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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숙 (진해신항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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