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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과 배웅- 진은주(극단 큰들 기획실장)

  • 기사입력 : 2018-08-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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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장거리 공연이 많은 편이다. 마치고 돌아오면 대개는 한밤중 또는 새벽이다.

    그런 날 공연과 장거리 이동에 지친 피로를 덜어주는 강력한 비타민이 있으니, 바로 남아 있던 식구들의 마중이다. 굴다리 모퉁이를 돌면 불 밝힌 큰들 간판과 그 아래로 삼삼오오 모여 우리를 맞이하는 단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보통은 가볍게 손을 흔들어 맞이하지만 어떤 날은 폭죽을 터뜨리기도 하고 음악을 틀거나 심지어는 풍물을 치기도 한다.

    차에서 내리는 우리들은 ‘으이그, 기다리지 말라니까’ 하면서도 반갑고 고마운 마음에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공연만이 아니다. 누구 한 명 멀리 출장이라도 다녀오면 그게 몇 시든 기다려준다. 전체가 안 되면 한두 사람이라도 남아서 꼭 마중을 한다. 때론 맥주 한 잔까지 곁들여가며 출장길에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고 피로를 푼다.



    돌아올 때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이른 아침 멀리 공연을 갈 때도, 일과 중 누군가 바깥일을 보러 갈 때에도 자기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잘 다녀오라며 문 밖까지 따라 나가 배웅을 한다. 이 이야기를 들은 어떤 분이 자기 사무실에서도 꼭 해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같이 일하는 동료가 출장을 가도, 출장에서 돌아와도 눈길 한 번 건네는 법 없는 사무실 풍경이 너무 건조하다고 느꼈는데 큰들 이야기를 들으니 꼭 한번 해 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잘 되고 있으면 좋겠다.

    어릴 때 방학을 맞아 외가에 가면 미리 기별을 받으신 할머니는 마을 어귀에 나와 ‘내 새끼 왔나’하시며 맞아주셨고, 집으로 돌아갈 땐 동구 밖까지 따라 나와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셨다. 마중과 배웅은 우리의 아름다운 풍습이며, 사람 사이의 인정이기도 하고, 응원과 지지와 격려이기도 하다. 드는 시간은 얼마 안 되지만 그것이 주는 힘은 엄청나다. 길 떠날 때 잘 다녀오라고 응원해주고, 돌아왔을 때 수고했다며 등 두드려주는 관계.

    예술 활동을 하며 생활하는 것이 조금은 어렵긴 해도 이렇게 일상에서 인정을 나눌 수 있어 좀 더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진 은 주

    극단 큰들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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