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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신포동 집창촌’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 기사입력 : 2018-08-17 13: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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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주변에는 관심을 가지고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간 미처 보지 못하거나 알고도 외면해온 지역사회의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전하는 ‘밀착취재’ 코너를 연재합니다.

    ▶창원시는 지난 2013년 ‘신포동 집창촌’으로 알려진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하고 ‘3·15 민주공원’으로 재정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도심 한복판 집결지는 공원으로 탈바꿈하고 성매매 여성들은 자활 지원을 받아 새로운 삶을 선택할 길이 열릴 것이라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보상비 등 500억이 넘는 예산확보가 걸림돌이 되면서 무산되고, 이후 공공주택 건립이 추진됐지만 이마저도 사업성 결여로 흐지부지되면서 결국 없었던 일처럼 됐다. 수년이 흐른 현재 집결지 폐쇄 문제는 쉽사리 끝나지 않을 이야기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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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성동 성매매집결지에서 승용차가 지나가자 업소 여성들이 손을 흔들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경남신문DB/


    ◇‘성매매 집결지 사람들’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에는 경남에서 유일하게 술을 팔지 않고 성매매만 하는 전업형 성매매 집결지가 있다. 서성동 홍등가의 거리는 화려한 화장을 하고 자극적인 옷차림을 한 젊은 여성들이 주를 이루고, 인적이 드문 뒷골목에도 1~2평 남짓 쪽방에서 홍등을 켜는 50~70대 고령의 성매매 여성들이 있다. 젊은 여성들은 ‘포주’가 있는 업소에 종업원으로 있으면서 성매매를 하고, 나이가 들어 업소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밀려난 고령의 여성들이 쪽방에서 홀로 성매매를 한다.

    경남여성인권지원센터에서 지난달 24일 아웃리치(현장방문상담)를 진행한 결과 성매매 업소(29곳 중 23곳 영업)에 92명의 성매매 종사 여성이, 각 쪽방에 모두 10명의 고령층 성매매 여성이 있었다. 센터에서는 이들과 정기적으로 접촉하며 상담과 지원을 통해 자활을 유도하고 있지만, 대부분 생업으로 성매매를 하는 편이라 탈성매매가 이뤄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취재진은 센터의 도움으로 고령의 성매매 여성 한 명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이 여성은 홀로 성매매를 하기 때문에 업소에 있는 다른 젊은 여성들과는 달리 눈치를 보거나 불이익을 당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단다.


    “여긴 어떻게 온 거예요?” “저는요. 어렸을 때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서 남의 집에 얹혀살았어요. 열아홉인가 스무살 때쯤 보따리를 싸서 서울로 올라갔는데 식모살이를 하다 겁탈을 당했어요. 그 길로 도망쳐서 마산으로 오게 됐어요. 어린 생각에 가족을 찾으려면 돈이 있어야겠다.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몸만 버렸어요. 20년 정도 여기 있었나. 뒷골목에 나 말고도 다른 여자도 많았는데 야무지게 한 사람들은 고향을 가든지 시집을 가든지 이리저리 다 떠났지만, 저는 정신을 늦까 차려서 이래 됐다는 그런 생각도 들죠.”


    “후회하세요?” “밖에 있는 사람들은 이 일이 나쁘다고 생각을 하는데 여기 있는 사람들은 나쁘다고 생각을 안 해요. 하고 싶으면 하는 일이고 안 하고 싶으면 안 하는 일이고. 그런데 아플 때도 그렇고 사람들은 우리를 보고 뭐라 그럴까. 오만 생각이 다 들 때도 있어요.”


    “이곳을 떠나고 싶은데 못 떠나는 거예요? 아니면 떠나기가 싫은 거예요?” “반반이겠죠.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두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다들 신포동을 없애고 성매매 여성이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하는데, 먼저 일을 가르쳐주고 그 사람이 떠나고 싶으면 떠나는 것이지 억지로 쫓아내고 다른 일을 가르쳐주는 것은 순서가 아닌 것 같아요. 어떻게 하다 보니 제가 지금까지 왔잖아요. 만약 이곳이 그냥 폐쇄되면 다른 곳이 더 문란해질 거에요. 사람들이 자꾸 나쁜 쪽으로 머리를 써서 지금도 계속 번지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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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인적이 드문 서성동 성매매집결지 뒷골목으로 쪽방에 켜진 홍등이 비치고 있다./김재경 기자/


    ◇‘집결지가 사라지길 바라는 사람들’
    주민들 대부분은 서성동 집결지가 하루빨리 폐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성동 84-61번지 일원 집결지 주변에는 반경 1km 이내 어린이집과 초·중·고등학교, 아파트 단지, 역사문화시설 등이 밀집해 있다. ‘청소년 통행금지 구역’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지만, 아이들은 이 골목을 지름길 삼아 어린이집과 학교를 오가고, 호객행위를 하는 장면을 목격하거나 성매매가 이뤄지는 환경에 간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인근 아파트 주민 70대 여성은 “몇 년 전에도 경남도나 창원시가 여기 집창촌을 폐쇄한다고 대대적으로 나섰는데도 이렇게 안 남아 있나”며 “백날 말해봤자 달라질 것도 없고, 겁이 나서 어디 가서 항의도 못 한다. 저것(집결지)만 없어지면 대한민국 만세다”고 토로했다. 60대 여성은 “유치원 애들도 요즘 종일반이라고 해서 오후 늦게까지 있는데, 오후 5시나부터 벌건 대낮에도 유리방에 앉아 있는 여성들이 보인다”며 “집결지를 폐쇄한다고 해서 이사를 왔는데, 책임지지도 못할 약속을 믿은 주민들의 피해는 누가 보상해주나”고 불평했다. 주로 30~50대 남성들 사이에서 의견이 나뉘는 모습이었다.

    30대 한 남성은 “서성동 집결지는 성매매의 상징적인 공간인 만큼 폐쇄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지만, 다른 30대는 “8살 난 딸을 둔 아빠지만, 집창촌을 폐쇄하는 것은 반대한다. 집창촌을 폐쇄한다고 성매매가 근절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다른 성범죄가 불거지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고 했다.

    한편 지난 2012년 3월 창원시가 지역주민 500여명을 대상으로 서성동 집결지 폐쇄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각각 171명(총 342명·68.4%)이 ‘반드시 폐쇄해야 한다’ 또는 ‘폐쇄해야 한다’고 답했다.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가 오랫동안 존재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173명(34.6%)이 ‘정부와 지자체의 폐쇄의지 부족’을 꼽아 가장 많은 응답이 나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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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3년 마산 3.15아트센터에서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집결지 재정비를 위한 시민토론회가 관계기관·시민단체 관계자 및 시민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경남신문DB/

    ◇‘집결지를 방관하는 사람들’
    서성동 집결지는 마산항이 개항한 이후 1905년 마산포구와 삼랑진을 잇는 철도 신설을 전후로 생겨난 유곽에서 형성되어 오늘날에 이르러 정비된 것으로 전해진다. 10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리해 있듯 앞으로도 자연 소멸될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해야 한다는 지역사회 여론이 높아지면서 경남도나 창원시 등 지자체는 줄곧 폐쇄 계획을 발표해왔지만, 모두 백지화되고 달라지는 게 없는 실정이다. 단속을 강화하거나 강제로 폐쇄할 경우 업주 등 종사자들과 충돌은 불 보듯 뻔한 일이고, 이들이 요구한 ‘적절한 보상’을 해주기엔 예산이 너무 많이 든다.

    성매매 여성들이 다른 신종 성매매로 유입되는 ‘풍선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란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 2004년 이른바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성매매 방지 및 예방을 위한 의무가 강화됐지만, 실상 십수년이 흐른 지금까지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2011년 경남도와 창원시, 도·시의원, 경찰·소방, 경남여성인권지원센터, 지역주민 등으로 꾸려진 ‘서성동 집결지 재정비 대책위원회’는 현재도 계속 분기별 회의를 갖고 집결지 폐쇄 및 재정비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있는 한 관계자는 “회의에 참석하다 보면 탁상공론만 펼친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어떤 결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우리가 의미 없는 회의만 지속할 것이 아니라 사실상 시·도지사 기관장의 의지에 달린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고 했다.

    창원시 여성청소년 보육과 관계자는 “다른 지역의 성매매 집결지 정비 사례나 성매매 여성들의 ‘탈성매매’를 지원하기 위해 제정한 조례 등을 살펴보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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