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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봄은 화창했는데, 가을에 잘 영글기를 - 허만복 (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18-08-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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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진이가 읊은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는 시조가 있다. 이 노래는 사람은 옛 사람이 아니지만 자연은 옛 자연이라는 감회를 일깨워 준다.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이 시멘트 가로막의 분단선을 넘는 순간 TV를 보던 전 국민들은 울컥했을 것 같다. 특히 북에 고향을 두고 38선을 넘어온 고령의 실향민들은 판문점 너머 저 멀리 보이는 산천을 보고 한층 더 감회가 깊었을 것이지만, 그런 감회는 곧 같은 민족으로서 동질의 동감으로 확산된다. 65년 동안 철벽같이 막혀 있던 남과 북이 그렇게 쉽게 오가는 모습을 보고 말할 수 없는 감회가 있었을 것이다.

    지난 정상회담과 연예인의 북한공연은 ‘봄이 온다’가 주제였다. 1945년 한반도의 삼천리 금수강산은 분명히 되찾은 우리의 땅에 봄을 맞이했다. 그러나 다시 찾은 땅 북쪽 반토막의 주인인 우리는 강대국의 힘에 밀려, 65년을 두고 갈수 없는 원한의 땅이었다. 그곳은 갈 수 없는 땅이요, 그곳의 정치 상황은 우리가 조금도 용납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TV의 날씨 정보를 통해 같은 천기도 안에 함께 있는 우리 땅의 자연, 자연의 산물, 오랜 세월동안 굳건히 지켜온 전통 문화며 역사적 유물과 유적, 그것은 우리의 정서 속에 깊이 간직해야 할 민족의 동질성을 위한 막중한 자산이며 가치다.

    지난 남북 정상 판문점 회담 이후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북한으로 가고 싶다. 평양에 가서 냉면을 먹고 싶다’는 말을 예사롭게 한다는 말을 듣고, 젊은 세대들은 북한도 같은 민족이고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실감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교과서에서나 한두 번 수박 겉핥기식으로 스쳤을 뿐 그들은 북한을 잘 모르고 산 세대다. 요즘 젊은이들은 영악하기 때문에 자기 나름대로 생각이 다르겠지만, 필연적으로 교육적인 지도가 뒤따라야 한다. 젊은 세대들이나 학생들에게는 국민들의 단합된 정신과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총화된 정신을 반드시 길러줘야 할 것이다.

    지난 4월 평양공연에서 이선희가 ‘J에게’를 열창할 때 관람객들이 전율을 느낄 정도로 기립 박수를 보내 주는 모습을 보고 만감이 오갔다. 정치의 봄날은 지났다고 했지만, 분명히 남북한의 봄은 화창한 봄날이었다.

    평양공연을 마치면서, 구름 한 점 없는 올가을에 ‘가을이 온다’는 주제로 남쪽에서 행사를 하자고 약속을 했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체육 행사, 남북철도 점검, DMZ 및 핵시설, 이산가족 상봉 등의 많은 가시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만큼은 사실인데, 아직도 당국자들의 깊은 속은 알 수가 없는 것 같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 자주 만나야 감정이입이 잘 되고, 또한 서로 간에 감정이입이 되는 행사가 중요하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바람이 서늘할 때, 조금은 더 인간 본연의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영글고 알찬 남북간 행사를 기대해 본다.

    허만복 (경남교육삼락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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