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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그해 여름- 차상호 정치부 차장

  • 기사입력 : 2018-08-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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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튜브(YouTube)를 이리저리 보다 뮤직비디오 같은 것을 보고 멈칫했다. 장재인이라는 가수가 부른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이라는 노래였다. 노래 자체가 명곡인데다 장재인이라는 가수의 독특한 음색이 너무도 잘 어울렸다. 무엇보다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였다. 이병헌과 수애가 주인공. 배경은 1970년대? 1980년대? 아무튼 잔향이 오래 남았다.

    ▼그런데 진짜 영화였다. ‘그해 여름’이라는 제목의 2006년에 개봉한 영화다. 1969년 여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인데 아무튼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전파상인지 레코드가게인지 앞에서 수애가 쇼윈도에 귀를 대고 노래를 감상하고, 이병헌은 지긋이 그녀를 바라보는 장면이다. 수애가 잠깐 이병헌을 보는 미소 띤 눈빛, 그 표정은 압권이었다. 그때 흘러나왔던 노래는 ‘Yesterday When I Was Young’. 이 또한 명곡이다. 마지막에 짧은 기타 선율로 곡이 끝나는데 참으로 아련하다.

    ▼영화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1969년 철부지 대학생인 이병헌이 시골에 농활 같은 걸 하러 내려왔다. 지금도 농활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그곳에서 따분한 생활을 하던 중 수애를 만나고 사랑하게 됐다. 그러나 사랑은 이뤄지지 않았다. 수애는 그 마을에서 경원시되는 존재였다. 아버지가 월북했기 때문에 ‘연좌제’로 고초를 겪고 있다. 결국 둘의 사랑 역시 수애의 처지 때문에 새드엔딩으로 끝나고 만다. 6·25의 고통이 아직도 남아있을 때였고, 반공이 가장 큰 가치였던 시절이었다.

    ▼두 편의 영화를 통해 큰 존재감을 보였던 이가 있다. 약산 김원봉이다. 무장독립투쟁의 최선봉에 섰던 의열단의 단장. 그의 독립운동 이력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단, 그는 독립유공자가 될 수 없다. 월북인사이고 북한정권을 세우는데 기여했다는 이유다. 남한에 남은 그의 가족도 큰 고초를 겪었다고 한다. 동족상잔의 비극은 이렇게 또 다른 모습으로 계속되고 있다. 그 해 여름처럼.

    차상호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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