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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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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당신의 밤은 안녕하십니까- 김시탁(창원예총 회장)

  • 기사입력 : 2018-08-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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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가 바닥을 기고 국민들의 삶은 팍팍한데 폭염까지 겹쳐 일상은 엿가락처럼 늘어져서 제대로 되는 일이 없으니 불면을 베고 누운 까칠한 근심들로 밤잠을 설칩니다.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 팔순을 훌쩍 넘긴 노모를 모시며 취업도 결혼도 못한 자식이 둘이나 있고 자영업을 하고 있다지만 파리채나 휘두르고 있는 가당찮은 현실의 가장이 집안 걱정보다 나라 걱정이 더 앞선다면 이것도 넓은 오지랖 탓이겠습니까.

    주변 사람들이 요즘 희망을 찾는 게 스님 머리에서 상투 찾는 것보다 힘들다며 가산 모조리 처분해서 이민이나 가자는데 필자는 팔 것이라곤 쪽밖에 없고 처분할 것이라고는 빚밖에 없어서 이민은 고사하고 제자리 지키기도 벅차니 이를 두고 제 코가 석자라는 말을 하는 모양인데 아무래도 제 코는 석자는 훨씬 넘을 듯싶습니다.

    새 정부가 취임해서 일자리 만든다고 청와대 안에 일자리게시판을 설치하고 대통령이 직접 챙긴다기에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취임 1년 4개월을 넘긴 현재 사상최고의 실업률을 기록하자 국민들이 절망감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적폐청산 완장 차고 털어 먼지 나는 사람 잡아넣을 때 여기저기에서 박수소리 요란했기에 그 기세로 밀어붙인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조정 카드가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늑골까지 빠지게 하는 부작용을 낳았으니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건 무리였나 봅니다.

    한 곳을 쳐다보면 또 다른 곳이 기다리고 한 구멍을 메우면 또 다른 구멍이 뚫리니 적폐청산하고 외교 다지면서 민생 챙기는 게 쉬운 일이겠습니까. 조물주가 나타난들 이 어지러운 시국을 단숨에 돌려놓고 만민이 만족하는 세상으로 만들지는 못 할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 백악관보다도 인원이 더 많은 청와대에 시민단체와 운동권 출신들이 대거 발탁되어 일한다니 그들이 대통령 잘 보필하고 왕년의 실력을 발휘하여 나라 안정시키는데 혼신의 조력을 다했다면 형편이 좀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들도 소리만 요란했지 별 뾰족한 수는 없는 모양입니다.

    세계는 호황인데 우리는 역행하고 있으니 이 위기를 극복할 새판을 잘 짜서 당장은 힘들고 어렵더라도 차츰 나아진다는 비전이라도 보여야 우리 국민들이 다시 삽자루를 잡고 허리띠를 졸라맬 각오를 다지지 않겠습니까. 선거 도장 찍은 손가락을 망치로 내리칠지 입으로 쪽쪽 빨지 모르겠습니다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이 절박함은 유독 필자만의 심정은 아니리라 믿습니다.

    나라 안을 순항하지 못하는 배가 어찌 더 큰 난관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나라 밖을 순항할 수 있겠습니까.

    작금의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정세는 외형은 물 위를 떠다니는 백조 같지만 물밑의 움직임은 땀을 뿜으며 요동치고 있습니다.

    자국의 이익만 챙기는 미국은 미군 주둔비용을 고리대금사채업자 이자 올리듯 하더니 무역전쟁을 발발시켜 무차별 관세 폭탄을 투하하고 있고 중국이 수렴청정의 야심을 바른 손바닥으로 수시로 두드려주는 엉덩이에 북한은 잔뜩 힘이 들어가 무슨 재롱을 떨지 한 치 앞을 모릅니다.

    또한 일본은 북한 핵문제를 빌미로 자국강화를 명분으로 전수방위의 헌법도 고쳐 한반도 이상 징후 시 선제공격도 가능한 국가로 가려는 야심을 매 발톱처럼 숨긴 채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린들 어찌 예의 주시하지 않고 편히 잠들 수 있겠습니까. 외세에 능동적이고 유연하며 격조 있게 대처하고 내치에 내실을 기하는 손색없고 안전한 나라의 국민이고 싶습니다.

    숨은 손이 없는 깨끗한 나라 무시와 차별과 적대감이 없는 공존한 나라의 아버지이고 싶습니다. 한 손에 태극기를 한 손에 촛불을 드는 단합의 나라, 내편과 네 편이 아닌 우리 편인 나라 그런 나라의 아들이고 싶습니다.

    모로 돌아누워 다시 잠을 청해봅니다. 여명이 밝아오는 이 밤 당신은 안녕하십니까.

    김시탁 (창원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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