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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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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407)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77

“그냥 엄마라고 불러”

  • 기사입력 : 2018-08-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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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가 덥다. 거리에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들이 지나갔다.

    “그러면 내일 북경으로 돌아가서 다음 주 일요일에 서울로 올 준비를 해.”

    “알았어요.”

    산사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머님은 나중에 서울로 오셔야 돼요. 어머님까지 누나네 집에 있을 수 없잖아요? 북경에서 우리와 함께 지내는 게 어떠세요?”

    “아니야. 나는 고향에서 지낼 거야. 나는 도시와 맞지 않아. 그래도 몇 달에 한 번씩 자식을 보는 건 좋아.”

    산사의 어머니가 말했다. 몇 달에 한 번씩 자식의 집을 오가겠다고 했다. 어머니로서 당연한 일이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머님이 전화만 주시면 항상 모시겠습니다.”

    “고맙네.”

    산사의 어머니가 눈물을 글썽거렸다. 제과점에서 잠시 쉰 뒤에 백화점으로 갔다.

    서경숙이 시언이와 준희의 옷을 사주라고 카드를 맡겼던 것이다. 백화점을 돌면서 아이들의 옷을 사게 했다. 속옷과 잠옷, 양말까지 샀다. 서경숙의 아파트로 돌아오자 오후 5시가 되어 있었다.

    서경숙은 아이들의 옷을 보고 잘했다고 칭찬했다.

    6시가 되자 한정식집에 식사를 하러 갔다. 서경숙이 삼청동의 식당에 예약을 했기 때문에 2층에 아담한 자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식당이 높은 곳에 있어서 서울 시내의 아름다운 풍경이 내려다보였다. 서경숙은 식사를 하면서 아이들을 잘 돌볼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산사의 어머니를 위로했다.

    “이렇게 폐를 끼치게 되어 죄송합니다.”

    산사의 어머니가 인사를 했다.

    “아니에요. 조금도 걱정하지 마세요. 음식은 어때요?”

    “너무 맛있어요. 산사 이야기를 들으니 그림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예. 동양화를 좋아하고 있어요.”

    “저희 마을에 헌 책방이 있어요. 책방에 서예와 그림을 팔던데 사서 보내드리겠습니다.”

    “네. 그렇게 해주시면 더욱 고맙지요.”

    산사의 어머니와 서경숙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서경숙이 예약한 식당은 김진호도 처음 와 본 식당이었다. 옛날에는 국회의원이나 재벌들이나 올 수 있던 요정이었다. 이제는 요정이 사라지고 고급 식당이 되었다.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서경숙은 배가 부른데도 치킨과 피자를 주문하고 김진호와 산사, 산사의 어머니에게 술을 마시게 했다. 시언이와 준희는 피자를 먹고 음료수를 마셨다. 서경숙은 술을 마시다가 시언이와 준희를 수양딸과 수양아들로 삼겠다고 말했다.

    “사실 애들이 이모라고 부르려고 했는데….”

    “이모는 무슨… 그냥 엄마라고 불러. 나도 연예인 엄마 노릇 좀 해보자.”

    서경숙의 말에 모두 웃었다. 산사의 어머니는 반대하지 않았다.

    ‘누나가 외로운 모양이구나.’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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