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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강지현 편집부 차장

  • 기사입력 : 2018-08-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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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창 밖으로 나무가 꺾일 듯 휘어졌다. 미친 듯 몰아치는 비바람에 타고 있던 마산행 버스가 휘청였다. 힘겹게 도착한 마산은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인적 뜸한 도로 위로 간판이 나뒹굴고 쓰레기가 어지럽게 날렸다. 추석 연휴라고는 믿기지 않는 풍경이었다. 그날 밤 강한 해일이 마산항을 덮쳤다. 해수면이 높아지는 만조시간이었다. 이로 인해 30여명이 죽거나 다쳤다. 2003년 9월 12일, 경남을 할퀴고 간 태풍 ‘매미’의 짓이었다.

    ▼괌에서 올라온 전설의 족장 ‘솔릭’의 위력도 대단하다. 지난 2012년 ‘산바’ 이후 6년 만에 한반도를 관통하는 태풍 솔릭은 지나가는 길마다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일본 남부와 제주를 강타하며 북상한 솔릭은 거북이걸음으로 한반도를 빠져나가며 역대급 피해를 입힐 전망이다. 태풍은 강한 바람과 비구름을 품은 거대한 공기 덩어리다. 남태평양 열대 바다에서 생기는 태풍은 한 해 평균 30여 개. 그중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건 평균 3개로 주로 7~9월에 발생한다.

    ▼태풍의 재앙이 한반도로 향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 국가환경정보센터의 제임스 코신 박사팀은 지난 6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를 통해 지구온난화로 태풍의 이동 속도가 느려지면서 한국이 그 피해를 가장 많이 받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속도가 느려지는 만큼 강우 지속시간이 늘고 파도와 바람에 의한 피해도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태풍의 경로 변화까지 영향을 받아 앞으로 태풍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껏 지구는 저위도와 고위도의 열에너지 불균형을 맞추기 위해 스스로 태풍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인간이 그 흐름에 균열을 일으켰다.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지구의 자정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울산과학기술원 연구팀은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 상황이 유지될 경우 태풍의 발생 빈도가 늘고 강도도 세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매미보다 더 강력한 ‘슈퍼 태풍’이 경남을 덮치기 전 하루빨리 ‘슈퍼 처방전’을 마련해야 한다. 지구온난화를 등에 업고 ‘바다 폭군’으로 변해버린 태풍이 우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강지현 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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