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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과 사의 갈림길서 산문집 발간

말기암 투병 허수경 시인
손때 묻은 글 모은 개정판

  • 기사입력 : 2018-08-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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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 출신 허수경(54·사진) 시인이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손때 묻은 글을 한데 모아 개정판을 세상에 내놓았다.

    지난 2003년 출간한 ‘길모퉁이의 중국식당’을 새롭게 편집해 산문집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를 펴냈다. 독일로 건너가 시작 활동을 활발히 하던 허 시인은 현재 위암 말기로 힘겹게 투병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허 시인은 후배인 김민정 시인을 통해 자신의 글을 엮어달라고 부탁했다. 김 시인은 “지난 2월 허 시인의 위암이 전이돼 얼마 남지 않았다고 전했다”며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세상에 뿌려놓은 제 글 빚 가운데 제 손길이 다시 닿았으면 하는 책들을 다시 그러모아 빛을 쏘여달라 부탁했다”고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시인이 쓴 138개의 짧은 산문과 9통의 긴 편지가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20여 년 전 ‘고대근동고고학’을 공부하겠다고 홀연 유학길에 오른 허 시인은 뮌스터에서 오롯이 혼자 생활하며 느낀 외로움과 배고픔, 서러움의 이야기들을 시와 같은 사유로 책에 풀어놓았다.

    “내가 누군가를 ‘너’라고 부른다./내 안에서 언제 태어났는지도 모를 그리움이 손에 잡히는 순간이다.//불안하고/초조하고,/황홀하고,/외로운,/이 나비 같은 시간들.//그리움은 네가 나보다 내 안에 더 많아질 때 진정 아름다워진다./이 책은 그 아름다움을 닮으려 한 기록이다.//아무리 오랜 시간을 지나더라도….”

    그간의 세월이 그랬듯 시인은 생의 끝자락에서도 여전히 혼자다. 시인은 개정판 서문에 남은 생에 대해 불안하고 초조하고 황홀하고 외로운 ‘나비 같은 시간들’이지만 그 아름다움을 닮으려 한다고 밝히고 있다. 책에는 김혜순, 김사인 시인의 초판 추천사에 신용목, 박준 시인의 발문이 더해졌다.

    편집을 맡은 김민정 시인은 “허 시인은 독일의 뮌스터에서 홀로 제 생을 정리하고 싶다며 그 어떤 만남도 허락하지 않아, 하는 수 없이 간간 시인과 통화를 하며 책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앞으로 시인의 당부에 따라 산문집 ‘모래도시를 찾아서’와 동화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도 새로 편집해 독자들과 만나게 할 예정이다.

    허 시인은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뮌스터대학교에서 고대고고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1987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한 이후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과 수필집 ‘길모퉁이의 중국식당’, ‘모래도시를 찾아서’ 등을 펴냈으며 이육사시문학상과 전숙희문학상, 동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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