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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과 산 그리고 동반자- 손형규(한국산업단지공단 김해지사장)

  • 기사입력 : 2018-08-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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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등산을 좋아하여 시간 나면 주말에 산에 오르곤 한다. 여러 감정으로 엉킨 마음을 달래기에는 산만큼 좋은 약이 없다.

    산을 오르다 보면 다들 제각각의 속도로 앞질러 가거나 뒤처지거나 한다. 불혹을 훨씬 넘어 쉰의 중반에 접어드니 함께 걸어왔던 이들조차 앞서 있거나 뒤처져 있다. 시원한 바람, 노랗게 핀 민들레 등 작은 기쁨을 함께 나눌 이를 고개 돌려 찾아보면 쉬이 보이지 않는다. 희로애락을 함께한 옛 친구들, 가족들마저도 제각각의 속도로 산을 오르거나 벌써 내려가고 있다.

    젊은 시절 패기로 산을 오르는 것은 무던히도 발걸음이 가벼웠는데, 막상 정상을 지나 하산을 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니 서늘함이 감돈다. 서글픈 마음에 고개를 떨어뜨리니 그제야 오롯이 곁을 지켜주는 아내가 보인다. 참으로 고왔던 아내마저 이런저런 사유로 야속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 늙어가고 있는 모습이 아쉽고, 긴 세월 동안 함께 걸으며 참으로 많은 순간들이 있었는데 하는 어렴풋한 기억들이 떠오른다.


    땀이 식은 찬 기운에 온 몸이 움츠러들 듯, 젊은 시절을 추억으로 뒤로한 채 내려가는 발걸음은 쉬이 내디뎌지지 않는다. 스쳐 지나간 세월이 부질없음을 마음 시려할 때 곁을 지켜주는 아내가 따사로이 손을 감싸준다. 어쩌면 단 한 사람일지라도 동반자가 있다는 것이 내 인생의 마지막 위로가 아닐까 싶다.

    혹자는 인생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럴 때 나는 인생은 산이며 우리는 그저 그 산을 오르는 등산객이라 답한다. 젊은 청춘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정상에 오르고 싶어 한다. 그러나 황혼기에 접어들면서 함께한 이들과 지저귀는 새 울음소리, 푸르게 붉게 물드는 자연의 변화와 같은 등산 여정을 편히 즐기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고, 때로는 헛디뎌 넘어지기도 하고 운 좋게 멋진 동반자를 만나기도 하는 일상의 행복을 그냥 지나쳐 왔음을 아쉬워한다.

    비록 나의 산행은 끝을 향하고 있지만 곁에 함께하는 이가 있음에 감사하며, 산을 오르는 수많은 이들의 산행이 부디 가파르지 않기를 기도한다.

    손형규 (한국산업단지공단 김해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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