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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타임슬립- 조고운 사회부 기자

  • 기사입력 : 2018-08-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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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제는 우연히 만난 첫사랑이었다. 전셋집 대출이자와 육아비, 생활비에 매일 허덕이던 30대 가장은 갑자기 자신의 삶이 비참하게 느껴졌고, 분노조절장애인 것 같은 아내와의 결혼도 후회됐다. 매력적인 첫사랑과 인연을 맺었다면 모든 것이 달라졌을 것만 같았다. 그날 이후 일상이 불만이 된 그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20대로 돌아간 그는 첫사랑과 결혼에 성공한다. 그 후, 그는 행복해졌을까. 아닐까.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아는 와이프(tvN)’의 줄거리다.

    ▼타임슬립(Time slip), 영어로 시간이 미끄러지다라는 뜻이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가 소설 ‘5분후의 세계’(1994)에서 사용하여 알려지게 됐는데, 주인공이 시간을 뛰어넘어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는 시간여행을 의미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외 영화나 드라마 소재로 쓰였으며, 최근에는 국내 드라마를 ‘타임슬립’이란 장르로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자주 사용된다. 대표적인 드라마로는 ‘시그널(tvN)’, ‘라이프온마스(OCN)’, ‘고백부부(KBS)’ 등이 있다.

    ▼사람들이 타임슬립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는 많은 이들이 비슷한 상상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문제나 위기가 과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후회한다. 삶의 결정적인 순간이나 사건에서 다른 선택을 했다면 뭔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버릴 수 없다. 그 욕망들을 드라마를 통해 간접 해소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타임슬립 드라마의 대부분은 타임슬립이 답이 될 수 없다고 결론낸다. 시간이 아니라 내가 문제인 것을 깨닫게 하는 교훈적인 메시지가 더해지기도 한다.

    ▼후회 없는 삶은 없다. 후회는 힘들고 고단한 순간에 더 자주 찾아온다. 그렇다고 드라마처럼 처음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현실에서 타임슬립이 절실한 순간, 신영복 선생의 이 글을 한번 읊어보자. ‘역경을 견디는 방법은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며,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수많은 처음’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길밖에 없다. 수많은 처음이란 결국 끊임없는 성찰이 아닐 수 없다.’

    조고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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