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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정치권 ‘올드보이’ 전성시대-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부장)

  • 기사입력 : 2018-08-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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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0월 대통합민주신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제17대 대선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대선후보는 정동영, 경선에서 맞붙었던 손학규·이해찬은 공동선대위원장, 2020 국가비전위원회에는 문희상이 이름을 올렸다. 김병준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 정책특보였다.

    기억조차 어슴푸레한 ‘옛 얼굴’은 11년 만에 정파를 넘어 여의도 정치권의 지휘봉을 잡았다.

    7선 이해찬(66) 의원은 지난 25일 민주당 대표에 선출됐다. 문희상(73·6선) 의원은 하반기 국회의장이다. 정동영(65·4선) 의원은 민주평화당 대표, 보수로 말을 갈아탄 김병준(64) 국민대 명예교수는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됐다. 손학규(71·4선) 바른미래당 전 상임선대위원장은 다음 달 2일 실시하는 당 대표 경선에 나섰다. 그가 당권을 쥐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60~70대 ‘올드보이(Old Boy)’ 전성시대다. 세대교체는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치시계는 과거를 가리킨다. 과두(寡頭) 체제는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간다.

    프랑스는 나폴레옹(집권 당시 40세)보다 더 젊은 39세 마크롱(40)을 선택했다. 오스트리아 제바스티안 쿠르츠(31) 총리, 아일랜드 리오 버라드커(38) 총리 등 유럽에선 40대 이하 대통령·총리가 15명이나 된다. 존 F. 케네디는 44세,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는 47세, 48세에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 대통령이 됐다. 이들은 새로운 생각의 젊은 지도자다. 오랫동안 당이나 정치 아카데미 등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점도 닮은 꼴이다.

    한국 정치는 화석화된 낡은 이념에 갇혔다. 정치 토양은 척박하다. 신인의 진입 장벽은 견고하고 높다. 경륜 부족이란 꼬리표를 달아 기회 자체를 박탈한다. 기득권 유지는 암묵적 담합의 영역이다. 수직적 질서를 강요하며 ‘짬밥’으로 경륜을 쌓고 세를 확보한다. ‘권토중래’를 신앙처럼 믿고 버티면서 패자 부활전을 반복한 게 현실이다. ‘올드보이’ 귀환은 견고한 카르텔의 결과물이다.

    물론 젊다고 모두 참신한 건 아니다. 구세대라고 무조건 배척 대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더 큰 오류다. 노마지지(老馬之智·늙은 말의 지혜), 연륜과 경험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40대 기수론’이 화두가 된 적이 있다. 1969년 11월 야당인 신민당 김영삼(당시 42세) 원내총무는 대통령 후보 지명전 출마를 선언했다. 김대중(44)·이철승(47)씨도 합류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1971년 후보 지명전에서 승리한 김대중 후보는 이듬해 대선에서 박정희 후보에게 불과 94만 표 차로 패배, 40대 기수론의 국민 공감을 확인했다.

    30여 년 전 경남 정치판은 지금보다 오히려 젊었다. 1985년 12대 총선 당선자 중 강삼재(32·마산시), 김동주(40·김해시 양산군 김해군) 의원 등 30~40대가 12명에 이른다. 당시 울산을 포함해 모두 20명의 국회의원을 뽑았는데 50대 7명, 60대는 1명에 불과했다.

    이제는 국회의원 선수(選數) 제한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다. 지자체장은 3연임으로 제한하면서 국회의원은 무한 허용하는 건 입법부의 이중성이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는(長江後浪推前浪) 건 자연의 순리다.

    이상권 (정치부 서울본부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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