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9월 19일 (수)
전체메뉴

주차금지 표지판 밑에 주차허용이라니- 주철우(창원시의원)

  • 기사입력 : 2018-08-28 07:00:00
  •   
  • 메인이미지


    이번 휴가는 등잔 밑이 어둡다고, 내가 죽 자란 서울로 갔다. 어디가 어딘지 도통 모를 정도로 변모한 터라 맘먹고 며칠 서울 거리를 구경한다.

    그런데 직업병이 따로 없다. 길을 걸어가다 보니 주변 풍광보다 ‘주차금지’ 표지판 바로 아래, ‘주차 허용 점심시간 12:00~14:00’란 교통표지판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뭐가 이런 모순이 다 있나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원칙으로는 그 길이 제법 큰길이라 주차가 금지지만 예외적으로 시간과 구간을 정해 주차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아는 동료 의원과 얘길 나눠 보니 부산 해운대구도 표지판을 설치하고 똑같이 하고 있단다.


    인천 차이나타운 방문 때도 마찬가지. 이번에도 경치보다 플라스틱 컵 분리수거만을 위한 참 특이하고 예쁜 컵모양 쓰레기통이 더 눈에 들어온다. 이쯤 되면 웃음이 실실 나오지만 어쩌랴! 직업병은 누구나 있지 않겠는가.

    굳이 설명을 하자면 이 직업병 증상은 요즘 나에게 들어온 민원 대부분이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주차단속까지 심하게 하여 장사를 못해 먹겠으니 좀 탄력적으로 주차단속을 해 달라는 내용이 많다 보니 더욱 그런가 싶다. 어떤 민원인은 아예 ‘단속 CCTV를 없애달라’고까지 말한다. 이리저리 알아보니 우리도 점심시간대는 실제로 단속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심리학자인 닐 로스(Neal J Roese) 교수는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가 더 크고 오래간다”고 말한다.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가 오래가는 까닭을 그는 ‘한 일에 대한 후회’는 이미 발생한 일이라 그 결과가 잘못되었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얼마든지 정당화할 수 있는 반면,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는 쉽게 정당화되지 않기에 죽을 때까지 후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 창원시도 서울시처럼 이런 표지판을 만들어 세워주면 어떨까? 그래서 장사가 더 잘될지 어떨지는 잘 몰라도 적어도 가뭄에 단비같이, 적어도 나의 민원을 귀 기울여 듣고 어떻게든 화답해주는 행정에 감사하지 않겠는가? 안 한 일에 대한 후회도 없고.

    주철우 (창원시의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