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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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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노회찬 傳(전)- 남재우(창원대 사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8-08-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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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6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6·25전쟁 때 함경도에서 피란해온 노인모와 원태순이 아버지, 어머니다. 길거리 방 한칸 사글셋방에 살면서도 오페라를 보러 갔던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첼로를 연주할 수 있었고, 문학과 예술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팍팍한 삶을 살기 시작했던 것은 고등학생이던 1973년 유신독재반대 민주화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재수하여 대학에 입학했고, 1980년 광주민주항쟁을 거치면서, 노동자의 세력화를 위해 1982년 용접공으로 위장취업했다. 학생운동에서 노동운동으로 나아간 ‘노동운동 1세대’였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노동자, 민중을 위한 정치세력을 만들고자 30년을 바쳤다. 그 과정에서 2004년 17대에 이어 2012년, 2016년 세 번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지만, 의원생활은 겨우 6년 정도였다.

    정치활동은 치열했지만, 사람을 향했다. 국민들의 요구는 촌철살인의 말들로 표현되었고, 그 속에는 새벽에 ‘6411번 버스’를 타는 환경미화원 아주머니가 있었고, 약자를 대변하는 진보정당을 향한 꿈을 절절하게 담아냈다.

    노동자, 서민, 자영업자, 영세자영업자들을 대변할 수 있는 공정한 정치를 요구했다. 국민의 지지가 국회의석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은 삶의 마지막까지 요구했던 정치제도개혁이었다.

    17대 의원이던 2004년 “국가보안법이 지킨 것은 국가안보가 아니고, 독재세력의 정권안보”라며 국가보안법 철폐에 온몸을 던졌다.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던 2016년 말 국회 최전선에서 박근혜 정부와 맞섰다.

    20대 국회, 정의당 원내대표로서 행한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양극화 해소와 정치 개혁, 한반도 평화 실현을 거듭 강조했다.

    2018년 7월 23일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사람들은 그가 떠난 뒤, 그가 어떤 사회를 원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더 많이 알게 되었다. 길을 걷다가도, 시내버스 안에서도, 방송과 신문에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숨막히게 무더웠던 여름날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줄을 서서 조문했던 사람들도 많았다. 사회적 약자들이었다. 그들은 노회찬 때문에 한 뼘쯤은 우리 사회가 살기 좋아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휠체어 탄 장애인, 백발의 노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정치인의 말에도 사람들이 맑게 웃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정치 교체를 “50년 동안 썩은 판을 이제 갈아야 합니다. 50년 동안 똑같은 판에 삼겹살 구워 먹으면 고기가 시커매집니다. 판을 갈 때가 이제 왔다”고 했다.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이라 말하는 사람에게 “청소할 땐 청소해야지 청소하는 게 먼지에 대한 보복이다, 그렇게 얘기하면 됩니까?”라며 웃었다.

    그가 떠난 지금, 우리는 ‘이게 나라냐’며 외쳤던 촛불의 요구가 실현되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법관이 정의의 준칙이 아니라 조직의 이해를 위해 권력의 입맛에 맞추어 판결하고, 국가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군대가 쿠데타를 모의하고, 국회의원이 피감기관의 돈을 받아 외유를 다니는 세상이다. 자본가의 갑질 때문에 노동자들은 얼굴을 드러내 놓고 시위도 못하는 가슴 저미게 하는 사회다.

    그래서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을 거다.

    가난한 자, 소외된 자의 편에서, 촌철살인의 말로 웃음과 희망을 주었던 노회찬은 갔다.

    하지만 우리는 그를 잊지 않겠다고 했다. 기억한다는 것은 그의 생각과 행동을 본받아 실천하는 것이다. 그를 따라 행하는 것, 그것이 열심히 살았던 노회찬에 대한 보답이다.

    사람들은 ‘수더분한 동네아저씨, 노회찬’이라 말한다. 그 표현에 동의한다. 이런 동네아저씨를 곳곳에서 볼 수 있길 기대한다.

    남재우 (창원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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