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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다모클래스의 칼과 정의의 여신상- 허승도 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18-08-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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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원전 4세기 이탈리아 남부 지중해에 위치한 도시국가 시칠리아의 디오니시우스 왕의 신하 다모클래스가 왕에 대한 부러움을 갖고 있었는데 왕으로부터 왕좌에 한번 앉아 보라는 제의를 받는다. 신하에서 왕으로 신분이 변한 다모클래스는 향기로운 술과 푹신한 침상의 안락함을 즐기다 우연히 천장을 올려다보고 기겁을 하게 된다. 자신의 머리 위에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이 한 올의 말총에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디오니시우스 왕이 서슬 퍼런 칼 밑에 다모클래스를 앉혀 지속적으로 공포심을 느끼도록 했다는 일화다. 로마의 연설가 키레로가 ‘다모클래스의 칼’을 인용하면서 권력의 무상함과 위험을 상징하게 됐다고 한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유엔연설에서 핵전쟁의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이 고사를 인용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항일승전 70주년 기념식에서 일본의 재무장이 일촉즉발의 전쟁위험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다모클래스의 칼을 언급했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한 허익범 특별검사가 수사 초기 자신의 심경을 밝히는 자리에서 “머리 위에 예리한 칼이 매달려 있는 걸 보는 심정”이라며 권력의 무게와 위험함, 일촉즉발의 절박한 상황을 뜻하는 이 고사를 꺼냈다. 당시 허 특검이 수사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경수 경남지사를 두 번이나 소환조사하고 구속영장까지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불구속 기소했다. 김 지사를 향하던 다모클래스의 칼은 여러 줄의 말총에 매달린 격이다.

    ▼법을 대표하는 상징물로서 ‘정의의 여신상’이 있다. 대개 한 손에 저울을, 한 손에 칼을 쥐고 있다. 저울은 다툼을 해결하는 것을 의미하고, 칼은 제재를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선악을 판단하는 이 여신상은 두 눈을 안대로 가리고 있다.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고 공평무사한 자세를 지킨다는 뜻이다. 김 지사의 재판을 맡을 법원에서는 과연 어느 쪽 손을 들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우리나라 대법원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은 칼 대신 법전(法典)을 들고 있다.

    허승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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