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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5) 평지기루(平地起樓)- 평지에서 누각을 일으키다. 아무런 도움이 없는 데서 업적을 이루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8-09-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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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박근혜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로 당선되었으면서도 임기 중에 탄핵을 당했을까? 대통령의 딸로 자랐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모든 것을 청와대 비서들이 다 해 주었기 때문에 자기 손으로 할 줄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어려운 일에 부닥쳐 결단을 해야 될 때 자기 능력으로 할 수가 없으니, 부르기 쉬운 최순실씨에게 의지했다가 낭패를 당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특별 발탁으로 출세한 사람이다. 장관도 한 번 한 적이 없으니, 국정 전반에 있어 허술한 부분이 많을 것이다. 좋은 참모가 특별히 필요한 대통령이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주변에 최순실 비슷한 사람이 없어야 한다.

    공자, 맹자, 주자(朱子), 포은 (圃隱) 정몽주(鄭夢周),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 퇴계(退溪) 이황(李滉) 등 대학자나 대사상가들은 모두 아버지를 어릴 때 잃었다. 아버지 그늘이 없으니 어릴 때 어려움이 많았겠지만, 반면 아버지의 도움에 기대지 않는 자립심이 생기고, 학문의 방법이나 사고의 폭도 아버지의 한계를 넘어 독창적으로 넓힐 수 있었다. 그래서 더 크게 학문이나 사상이 열리는 것이다. 물론 부자(父子)가 대학자이거나, 대대로 대학자가 나오는 집안도 많이 있다.


    지난 8월 31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축구팀이 우승했다. 김학범 감독의 공로가 크다.

    생애 처음으로 대표팀 감독이 된 그는, 축구계에서는 엘리트 코스와는 거리가 먼 과정을 거쳐왔다. 명문대학 축구팀 출신이 아니니 끌어줄 선배나 친구도 없었다. 국가대표선수를 해본 적도 없고, 프로축구선수로 뽑힌 적도 없었다.

    실업팀 축구선수로 은퇴한 뒤 은행원이 되어 과장까지 승진했다가 도저히 축구를 잊을 수 없어 불리한 여건인 줄 알면서도 다시 축구계로 돌아왔다. 당연히 화려한 각광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장점은 꾸준히 공부하는 데 있다. 축구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틈만 나면 축구를 관전하면서 치밀하게 분석했다. 자비를 들여서 유럽이나 남미에 유명 축구팀 경기를 보러 다녔고, 분석하고 자료를 모아나갔다. 서서히 그 효과가 나타나 마침내 대표팀을 맡게 되었다. “국가대표선수를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유명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겠어?” 하며 그의 발탁에 회의를 품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번 우승으로 감독으로서의 능력이 인정되었다. 이번에도 상대팀의 전력을 철저히 분석해 두어 효과적으로 전술을 짤 수 있었다.

    “왕년에 내가 알아주는 국가대표선수였고, 대단한 팀의 주전맴버였지”라고 교만을 부리는 사람은 좋은 성적을 낼 수가 없다.

    비록 출신은 미미하다 해도 끊임없이 노력해서 자기 손으로 자기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平 : 평평할 평. *地 : 땅 지.

    *起 : 일어날 기. *樓 : 누각 루.

    동방한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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