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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왜 여성들이 분노하는가- 이경옥(경남여성단체연합 여성정책센터장)

  • 기사입력 : 2018-09-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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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이상은 참고 살지 않겠다’는 여성들의 분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성들은 2015년 100만명의 유저가 있는 불법촬영 포르노 사이트 소라넷을 고발하고 마침내 2016년 폐지시켰다. 하지만 소라넷이 폐지되었지만 제2, 3의 소라넷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으며 일베뿐만 아니다. 대다수의 남초사이트에서는 여전히 여성의 몸을 불법촬영, 온라인 유통, 시청하면서 여성의 몸을 남성의 성적유희 대상으로 소비하고 있다.

    필자가 모 대학 여자화장실에 갔다가 여러 개의 구멍이 난 곳을 휴지로 막아놓은 것을 보았다. 젊은 여성들의 불법촬영에 대한 공포가 단순한 공포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또 공중화장실에도 지하철, 버스, 계단, 길거리, 심지어 집에서도 몰카(불법촬영)의 공포에 떨고 있다.

    2017년 자료에 의하면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의 피해자는 98%가 여성이며, 10건 중 9건이 벌금형, 집행유예, 선고유예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고 한다. 불법촬영의 피해여성들이 신고를 하면 ‘해외 사이트라서 못 잡는다’, ‘직접 당한 것도 아닌데…’, ‘증거를 가지고 와라’ 등 수사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5월 검·경찰은 홍대 남성누드 모델을 불법촬영하고 유포시킨 여성 가해자를 남성 가해자였을 때와 이례적으로 신속히 수사하여 범인을 잡았고 구속시켰다.

    이것을 본 많은 여성들은 ‘여태까지는 가해자를 못 잡은 게 아니라 안 잡았구나’ 하는 생각과 ‘성별 편파수사’임을 비판하였다. 여태까지는 불법촬영 범죄의 피해자인 여성들은 지워도 지워도 없어지지 않고 인터넷으로 돌아다니는 불법영상물 때문에 자살을 하기도 했다. 자살한 여성의 동영상은 ‘유작’이라고 하면서 돌아다니기도 한다.

    이러한 공권력의 법집행이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보게 된 10, 20대 여성들이 대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여하였고 8월 4일 4차까지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그 규모도 점점 커져 4차 집회에는 광화문에 7만명이 모였다. 이러한 집회는 여성 의제 단일집회로 최대로 많이 모인 집회이자 여성단체들이 아닌 개개인의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집회로 그 의미가 크며, 국가 공권력의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계속될 것이다.

    여성들의 분노는 십수 년 동안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촬영물이 온라인에 유통되면서 하나의 산업으로 작동하기까지 경찰은 무엇을 했는지, 국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있다. 더욱이 최근 방송에서 웹하드 사업자들은 ‘국산야동’으로 불리는 불법촬영물을 유통하면서 돈을 벌고, 웹하드 콘텐츠를 필터링하는 필터링 업체를 함께 운영하면서 피해촬영물 유통을 방조하고 있다.

    또 디지털 장의사까지 함께 운영하여 본인들이 유통시킨 피해촬영물을 피해자에게 돈을 받고 삭제해주면서 수백억원을 벌었다고 보도하였다. 이러한 불법촬영물 유통을 통해 불법산업을 양산한 웹하드 업체에 대해 철저한 특별수사와 처벌을 요구하였다. 최근 20만 명이 넘은 ‘웹하드 카르텔과 디지털성범죄산업에 대해 특별수사를 요구한다’는 국민청원은 여성들의 분노의 무게를 보여준다.

    안희정 성폭행 1심 무죄선고로 또 한 번 여성들은 사법부에 대해 분노했다.

    도지사인 안희정이 위력이 있다면서 위력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판결하는 1심 재판부를 보면서 여성들은 국가(행정, 입법, 사법부)가 여성을 국민으로 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여성도 국민이다. 여성들의 분노의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 여성들의 분노는 혁명이지 ‘원한’이 아니다. ‘여성의 일상은 남성의 포르노물이 아니다’. 여성의 몸을 오로지 남성들의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취급해서 불법으로 찍고, 유통시키고, 보는 범죄자들을 모두 처벌해야 한다. ‘불법촬영 범죄, 음란물 유통천국’ 한국을 새롭게 만들지 않으면 미래도 없다. 이제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경옥 (경남여성단체연합 여성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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