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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퀴어- 서영훈 사회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18-09-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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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어 queer(퀴어)는 형용사로는 ‘보통의’(usual, normal) 것과 다르다는 뜻을 가진다. 그것도 그냥 특이한 또는 특수한 것이 아니라 이상한 방식으로 다르다는 의미를 강하게 띤다. 그래서 우리말로 ‘괴상한’ 정도로 번역된다. 19~20세기에 걸쳐 이 퀴어는 명사로는 주로 남성 동성애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됐다. 성소수자인 동성애자가 뭔가 특이할 뿐 아니라 괴상한 사람으로 비쳐지던 시대적인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성적 취향을 이야기할 때, 퀴어의 쓰임새에는 지난 20년 동안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다. 퀴어가 여전히 성소수자를 강하게 경멸하거나 비난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일부 성소수자들이나 학자들 사이에서 중립적이거나 나아가서는 긍정적인 용어로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어떤 경우에는 성소수자를 억압하는 것에 대한 공격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지난 주말 인천에서는 성소수자 단체가 퀴어문화축제를 열려다가 이를 반대하는 기독교 단체 및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LGBT 즉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등 성소수자의 인권과 성적 다양성을 알리려는 퀴어문화축제는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서울에서 처음 열린 이래 근래에는 부산과 대구 등지에서도 열리고 있다. 경찰은 축제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8명을 입건했다.

    ▼성소수자도 시민으로서 당연히 자신들의 권리를 갖고 있고 또 그것을 주장하는 집회를 열 수 있다. 물론 동성애 등을 반대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고 또 그런 집회를 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다른 이들의 집회를 방해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내가 가진 가치관이나 성적 취향과 다르다고 해 다른 이의 가치관이나 성적 취향을 나와 맞추라고 강요해선 안 되고, 이들의 집회를 방해하는 것은 더더욱 안 될 일이다. 퀴어문화축제에 노출이 심한 옷차림이나 성기 모양 용품이 등장한다고 야단이지만, 우리 사회가 이 정도도 포용하지 못하는 사회도 아니지 않은가.

    서영훈 사회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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