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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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환경부 항공기 소음 측정값 엉터리 (상) 실태

소음감지 단 1회… 그마저도 ‘잡음’
소음값 20웨클 이상 차이 나는 4개 공항 측정값 분석해보니
울산공항, 1회 소음이 ‘한달 대표값’

  • 기사입력 : 2018-09-11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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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전국 공항에서는 49만여 편의 항공기가 뜨고 내렸다. 정부는 항공기 소음으로 만성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인근 주민에 대한 주민지원사업 규모를 결정하기 위한 근거로 소음을 측정해 통계를 작성하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국가 공식 통계자료로 활용되는 환경부 항공기 소음 자동측정망에서 소음이 제대로 측정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같은 통계자료를 검증 없이 국민들에게 공표하고 있다. 3년 전 국정감사에서 환경부 측정망 문제가 불거졌지만 대안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결국 수십억원의 예산만 낭비한 셈이다. 환경부 항공기 소음 자동측정망 문제를 (상)실태 (중)문제점 (하)대안으로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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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 /경남신문DB/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은 1989년 김포공항을 시작으로 14개 공항에 90개의 소음 자동측정망을 운영하고 있다. 측정값은 공단 직원이 녹음 파일을 듣고서 1차 확정하고 국립환경과학원에서 2차 검증을 거쳐 공표한다. 취재 결과 국가소음정보시스템상 동일한 소음 측정망에서 값이 20웨클(WECPNL) 이상 크게 차이 나는 곳이 있었고, 측정망에 기록된 소음 MP3 파일과 소음값, 항공기 감지 횟수 등 자료를 확인해보니 주요 공항에 설치된 측정망에서 값이 제대로 측정되지 않고 있었다.

    본지는 군용 항공기의 영향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국가소음정보시스템상 월평균 소음값이 20웨클 내외로 큰 차이를 보이는 2017년 울산공항 반구지점 1월·5월, 제주공항 성화마을지점 5월·11월, 여수공항 노촌지점 5월·9월, 김해공항 초선대 지점 2월·4월 등 4개 공항 측정값을 분석했다.


    ◆울산공항, 1월 항공기 감지 단 1회?= 울산공항 반구지점에서는 2017년 1월 기록된 1397개 녹음 파일 중 1월 29일 단 한 차례만 항공기 소음이 감지됐다. 나머지는 이상 소음이거나 항공기 소음으로 볼 수 없어 배제됐다. 특히 공단이 29일 항공기 소음으로 감지했던 파일을 항공기 소음 전문가와 함께 확인한 결과, 항공기 소음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더구나 국토부 운항 자료와 비교해보니 파일이 녹음된 오후 5시 41분이란 시간과 일치하는 운항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 공단은 1월에 한 차례 감지된 값을 바탕으로 43.15웨클을 산출했고 2차 검증을 거쳐 반구지점의 1월 소음값으로 공표했다. 항공기 소음으로 볼 수 없는 1회 측정값이 대표값이 된 것이다.

    9월에는 5238개의 MP3 파일이 녹음됐고, 195개를 항공기 소음으로 확정했다. 그러나 5월과 마찬가지로 파일 중간중간 끊김이 발생해 항공기 소음을 구분할 수 없는 파일이 많았다. 공단은 월 1회 이상 측정망을 점검한다고 했지만, 4개월 후에도 녹음 파일의 품질은 개선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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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시 중구 반구동에 위치한 반구지점 항공기 소음 자동측정망.


    ◆제주공항, 기계음이 항공기 소음?= 제주공항 성화마을지점의 5월과 11월 녹음 파일에는 ‘삐’ 소리와 함께 간헐적으로 소리가 끊기는 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11월 24일의 항공기 소음 감지 횟수는 148회지만 녹음된 파일을 모두 확인해보니 항공기 소음으로 특정할 만한 파일은 없었다. 제주공항 특성상 바람 소리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지만 전문가는 기계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기 소음 전문가는 “파일에 녹음된 소리는 마이크로폰에 습기가 차거나 선과 선을 연결하는 접점에 문제가 있어 발생한 것으로 보이고 기계의 내구성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성화마을에서는 5월 86회, 11월 736회의 항공기 소음을 감지했고 이를 바탕으로 산출된 월평균 웨클은 각각 66.46과 86.49로 무려 20웨클 이상 차이 났다. 공단은 항공기 이착륙 방향, 운항 스케줄에 따라 큰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토부 제주공항 운항 자료를 분석해보니 5월 1만3922회(출발 6960회, 도착 6962회), 11월 1만3301회(출발 6651회, 도착 6650회)로 확인돼 웨클 값에 차이를 보이는 변수인 도착·출발 횟수가 크게 차이 나지는 않았다.

    ◆여수·김해, 측정망 위치 문제= 여수공항 노촌지점에서는 2017년 5월 293개의 파일 중 단 하나의 파일에만 항공기 소음이 녹음됐고 이 측정값이 5월 대표 값으로 확정, 공표됐다. 나머지 파일에는 기차, 마을 방송, 농기계 소음 등이 녹음됐다. 9월에도 측정된 녹음 파일 87개 중 12개만이 항공기 소음으로 감지되고 나머지는 이상 소음으로 분류되면서 노촌 지점은 항공기 소음 측정망이라기보다 생활 소음 측정망에 가까웠다.
    김해공항도 마찬가지다. 초선대 지점의 2월과 4월 녹음 파일에는 항공기 소음과 함께 여러 마리의 개가 짖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파일에 배경 소음이 유입될 수는 있지만 항공기보다 개 소리가 큰 파일들이 많다. 확인 결과 측정소와 불과 1m 떨어진 주택에서 지난 2016년부터 세 마리의 개를 키워온 것으로 확인됐다. 공단은 파일을 모두 들어본다고 했지만, 개 짖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데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까지 조치 없이 측정값을 확정해 공표했다.

    ◆공단 "지침상 문제 없어"= 공단은 소음·진동측정망 통합운영지침에 따라 관리하고 국립환경과학원에서 2차 검증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생활환경팀 관계자는 "90개 지점 측정값을 직원들이 다 듣고 값을 확정하고 있다. 철도, 경운기 소음이 들어오면 모두 배제할 수밖에 없다"며 "항공기 소음을 계속 듣다 보면 휴먼(인적) 오류가 발생할 수 있지만 지침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박기원 기자 pkw@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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