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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일자리, 뭐가 잘못됐나- 이문재(정치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8-09-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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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내 중소기업들의 국내 사업 포기가 늘고 있다. 조선·자동차 등 기존 주력산업이 가뜩이나 침체된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각종 규제 등으로 채산성을 맞추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이들 기업들은 해외 진출을 모색하거나, 아예 공장을 팔고 경영을 접으려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 국내 산업을 떠받쳐온 중소기업들이 이같이 독한(?) 마음을 먹은 데는 대기업의 횡포도, 글로벌 경제침체 등이 이유가 아니다고 한다. IMF나 외환위기에도 살아남았던 이들은 보다 직접적인 이유로 어느 순간 우리 사회에 팽배된 ‘친노동’ 정서가, 기업 활동을 옥죄이고 사기를 꺾어 놓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류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갈수록 세를 불릴 것이라는 전망이 숨을 막히게 하고 있다.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인 A사가 일본의 한 모바일 기업에 7500억여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투자를 받은 회사는 이 돈으로 핀테크(금융기술) 사업에 투자하게 된다. 새 정부가 추진했던 은산(銀産)분리 완화 법안이 막히면서 이같은 일이 발생한 것이다. 각종 규제로 인해 국내자본이 대규모로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규제가 풀리기만을 기다렸다가는 타이밍을 영영 놓쳐버릴 수 있다는 조바심에서다. 자본이 이익을 좇아가는 것을 탓할 도리가 없다. 일본은 2005년 대기업의 은행 지분 소유 100% 허용하는 규제 개혁으로 인터넷 전문은행이 급성장했고, 중국도 알리바바·텐센트 등 IT 기업이 별다른 규제 없이 활개를 친 덕분에 세계 신기술 산업의 선두주자로 나서게 됐다.

    고용시장이 참사(慘事)라는 표현도 모자랄 지경이다. 취업자는 2010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적게 늘고, 실업자 수는 8월 기준으로 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다.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예산과 정책을 쏟아부은 결과 치고는 화가 날 정도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소득주도 정책의 ‘역풍’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경제 체질을 바꿔가는 과정에서의 ‘성장통’이라 해석을 한다.

    문제는 기업이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안정된 고용시장을 유지하던 기업들의 마음이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공장문을 닫고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 꼭 규제 때문만은 아님은 삼척동자도 안다. 우리 사회가, 그것도 정부가 주도해 ‘노동친화적’으로 변하고 있는 게 이유다. ‘노동친화’를 ‘反기업’과 같은 값으로 놓기는 너무 이분법이지만, 상당 부분 비슷하다. ‘그동안 잘해 먹었지 않았나’는 비아냥도 할수 있지만, 그래도 기업인들은 섭섭하다.

    기업이 잔뜩 쪼그라들자 고용의 질도 급격히 떨어졌다. 고용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30·40대가 일을 할 만한 제조업에서 고용이 멈췄다. 최저임금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도·소매, 숙박·음식점업 종사자도 줄었다. 이를 경제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 등 급격한 경제정책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되레 일자리를 없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예산으로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이고,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일자리 감소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업이 일자리 창출의 주체’라는 것을 잊고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정부 일각에서 현 경제정책의 재검토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독단적 신념에 빠져 현상을 바로 보지 않고 달려가면 잘못은 자꾸 커진다. 지금도 ‘너무 갔다’는 우려가 많다.

    이 문 재

    정치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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