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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사법부 70주년과 특별재판부, 인공지능(AI) 판사- 김주열(경남지방변호사회 회장)

  • 기사입력 : 2018-09-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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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사법농단’으로도 불리는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수사과정에서 재판거래와 법관사찰 의혹은 물론 대법원의 비자금 유용 의혹까지 불거지고, 검찰의 영장청구에 대한 기각률이 압도적으로 높아지면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더욱 커졌다.

    이를 의식해서일까? 얼마 전 있었던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 문재인 대통령은 사법 적폐청산, 사법부의 신뢰 회복을, 김명수 대법원장은 수사에 대한 적극 협조 외에는 대안적 사법개혁안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에서 특별재판부·특별영장판사 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차라리 인공지능(AI) 판사에게 재판을 받겠다는 감정적(물론 감정 섞인 주장은 아니겠지만) 방안까지 나온다.

    우선, 이번 기념식에서 사법개혁방안이 나올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사법농단의 근본 원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사법농단의 핵심은 그 이유가 무엇이든 사법부 내에서 (법원행정처라는 기구를 통해) 위계로써 일선 재판에 관여하여 스스로 재판의 독립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 내지 사법부 수장이 사법부의 개혁을 빌미로 이번 사태에 대해 언급하면서 새로운 방안을 제시한다는 것은 또 다른 사법농단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기에,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원론적 선언을 한 것이라 여겨진다. 그만큼 일선에서 묵묵히 일하는 법관들의 재판독립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에 반해 정치권과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현 사법부에 대한 믿음, 특히 영장을 담당하는 법관들에 대한 믿음이 없음을 이유로 특별검사에 대응하는 특별재판부를 구성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이다.

    그러나 특별재판부·특별영장판사 제도는 그 임명권을 누가 행사하든지 입법부에 예속된 재판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고, 헌법상의 대원칙인 삼권분립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헌법과 법률 및 양심에 따른 독립된 재판을 기대하기 더욱 어려운 구조로 될 것이다. 특별검사와 달리 특별재판부·특별영장판사 제도의 도입에 더욱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AI에 의한 재판은 어떨까? AI에 의한 재판이 이뤄지면 사법농단 같은 사태는 없어질까? 분명한 것은 AI에 의한 재판이라는 것이 현재진행형일지라도, ‘책임과 윤리 및 도덕적 가치판단’을 생략한 채 결과에 대한 판단에만 의존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행위의 과정이 무시되거나 잘못 해석된 채 드러난 결과에 대한 판단만 있을 때, 비록 그 결과가 법률에는 부합된다 하더라도 우리가 재판에 대해 가지는 불만의 전형이지 않던가?

    예전부터 법원 안팎에서는 법관들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므로 이를 해소하고 재판 심리에 충실하며 재판 지연 문제 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판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하여 왔다. 요지는 법관의 격무를 해소하여 보다 충실한 재판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사법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인데, AI 판사에 의한 재판 역시 법원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데이터를 AI 기술로 처리하면서 법관들의 업무를 경감시키되 재판의 심리를 보다 더 충실하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활용되어야 할 것임에는 분명하다.

    사법 70주년을 맞이하여 저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재판의 독립이라는 원론을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재판의 독립을 더욱 철저히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사법농단을 해결하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재판의 독립을 보장받기 위한 법관 스스로의 노력 또한 필요하다. 법관의 양심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의 윤리와 책임을 제고하기 위한 고심의 시간(격무 해소)도 필요하다.

    김주열 (경남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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