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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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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없는 한반도’ 초석 다졌다

평양 남북정상회담 결산
‘9월 평양공동선언’서 비핵화 언급
교착상태인 북미 협상 돌파구 마련

  • 기사입력 : 2018-09-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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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대국민 보고’가 열리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 프레스센터에 입장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8~20일 2박 3일간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핵 없는 한반도’ 원칙과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등을 명문화한 ‘9월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했다.

    또 남북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는 육지와 하늘, 바다에서 일체의 무력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사실상 ‘불가침 선언’으로 평가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두 정상은 이번 선언을 통해 실질적 종전을 선언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중요 변곡점으로 꼽힌 이번 회담이 마무리되면서 북미 간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은 핵 목록 신고 등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고 북한은 종전선언을 하자고 맞서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4일 미국에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낼지 관심이다.

    북미 양측이 협상을 재개하면 2021년 1월이라는 목표시한에 맞춰 비핵화와 양국 간 관계 개선 및 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해 일정표를 만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북미 간 협상이 재개되고 비핵화 문제에서 속도를 내면 지난 6월에 이어 제2차 북미정상회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이를 통해 북미관계가 정상화 궤도에 진입하면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도 적극적으로 북한과 협상에 나서면서 동북아시아 정세가 급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번 평양 남북정상회담은 ‘파격’과 극진한 예우의 연속이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도 “최고의 환영과 영접을 받았다”고 했을 정도다.

    첫날인 18일에는 김 위원장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2시간가량 회담을 했다. 이틀째인 19일에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을 찾아 65분간 회담했으며, 1일차까지 합쳐 총 185분의 대좌 끝에 남북 정상은 ‘9월 평양공동선언’을 함께 발표했다. 두 정상은 최고 난제로 지목된 비핵화 방안과 관련해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뤄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명시했다. 이를 위한 실천방안으로는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다.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며 구체화된 내용을 적시했다.

    나아가 김 위원장이 연내 서울을 방문하기로 두 정상이 합의하는 등 남북정상의 수시 만남이 실현되며 남북 관계가 한층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기대감을 키웠다.

    남북은 군사긴장 완화에 대해 “한반도 전 지역에서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를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했고, 함께 채택된 ‘군사분야 합의서’를 통해 어떠한 경우에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남북 간 불가침 합의가 6·25 전쟁 당사자 간 종전선언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적대행위를 막는 완충지대·구역(Buffer Zone)을 설정한 것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우발적 충돌을 막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9일 브리핑에서 “이것은 사실상 남북 간에 불가침 합의를 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 “핵무기·핵 위협이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기 위해 남북 정상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깊이 있게 논의했다”며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토대로 북미 협상이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최종건 청와대 평화군비통제비서관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군사분야 합의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과 연결돼 있다”며, 이번 포괄적 군사분야 합의서가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 종전선언의 준비 단계이기도 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선 핵 목록 신고 등 북한의 더 분명한 비핵화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을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강해 연내 종전선언의 성사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0일 브리핑에서 종전선언 논의 진척 가능성에 대해 “그동안 교착상태에 있었는데 이번에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관련 진전이 있기 때문에 종전선언을 추진할 여건은 매우 좋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2008년 이후 전혀 움직임이 없던 비핵화 분야의 진전이 2월 평창올림픽, 3월 특사 방북, 4월 정상회담, 한미정상회담을 거쳐 북미정상회담까지 이어졌다”며 “남북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있던 북한과 미국의 대화 물꼬를 다시 텄다”고 평가했다.

    이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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