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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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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무서운 노인, 안녕하지 못한 밤

■ 노인의 수면 장애
노인 절반이 수면장애… 건강해도 불면증 겪어
여성이 남성보다 심하고 나이 들수록 많이 발생

  • 기사입력 : 2018-10-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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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 인구의 약 50%가 수면 문제를 갖고 있다. 장년기부터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심하다. 불면증은 노인에서 가장 흔한 수면 장애로 60세 이상의 약 40%는 잠들기 힘들거나 수면의 유지에 어려움을 느끼며, 20% 이상은 심각한 불면증을 겪고 있다.

    이외에도 수면장애는 나이가 들면서 증가한다. 사실 노인의 일부 수면 문제들은 너무 흔해서 이 문제들이 정상적인 노화에 따른 문제인지 아니면 병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노인의 수면 장애는 전반적인 삶의 질을 저하시키며 각종 기능 저하와 사고 및 질병과 관련이 있고,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므로 노인 수면 문제의 특성을 이해하고 적절한 진단과 치료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정상 노화에 따르는 수면에서의 변화

    수면패턴에서의 변화들은 정상적인 건강한 노인에서 관찰된다. 연령 증가에 따른 가장 특징적인 수면 구조의 변화는 깊은 수면이 감소하는 것이다. 그리고 잠들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며, 실제 잠들어 있는 시간이 감소하고, 밤 동안 깨어 있는 시간이 증가하며, 아침에 원하는 시간보다 일찍 깨게 되고 낮잠이 증가한다. 생체리듬을 관장하는 시상하부의 신경이 손실되고, 송과체에서 멜라토닌의 합성이 감소돼 일주기 리듬이 약화되어 수면의 변화가 일어난다. 내부의 생체 시계와 외부환경 간의 부조화로부터 수면 양상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수면장애의 임상적 평가

    △병력= 노인들은 자발적으로 수면 관련 문제를 표현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므로 많은 경우에서 환자는 물론 동침자에게 환자가 수면 중에 특이한 행동을 하는지를 물어보아야 한다. 신체 및 정신질환에 대한 병력조사가 필요하고 수면장애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수집이 정확한 진단 및 올바른 치료에 필수적이다.

    △복용 중인 약물에 대한 조사= 노년기에는 심혈관계, 호흡기계, 소화기계 질환, 관절 염, 암, 그리고 다른 신체적 질환들의 유병률이 증가해 다양한 약제를 복용하게 되며 이로 인해 수면이 방해될 수 있어 복용 중인 처방약, 비처방약, 의약외품, 한방약물에 대한 주의 깊은 조사가 필요하다. 또 복용하는 약은 언제 복용하는지도 물어야 한다. 일부 약물은 입면 및 수면유지를 방해하기 때문에 저녁시간 복용을 피해야 한다.

    △수면일기= 1~2주간의 수면일기도 유용하다. 수면일기는 잠자리에 드는 시간, 입면에 소요되는 시간, 아침에 깨는 시간, 총 수면시간, 밤중에 깨는 횟수, 낮잠을 언제, 얼마나 그리고 몇 번 자는지, 낮 동안에 주관적으로 느끼는 기분에 대한 평가 등을 기록해야 한다.

    △수면다원검사=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한 경우로는 수면호흡장애인 수면 무호흡증이 의심되는 경우, 낮동안 심한 졸림증을 호소할 때, 렘수면 행동장애 그리고 불면증이 만성적이고 치료에 대한 반응이 나쁠 때 등이 있다.

    ◆노년기에 흔한 수면장애

    △수면 관련 호흡장애= 코골이는 노인에게 매우 흔하고 고혈압과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환자들에서 코골이가 더 많다는 연구들이 있다. 수면 중에 발생하는 호흡장애는 나이가 들수록 많아서 노인 남성의 경우 20~75%의 빈도로 보고되고 있다. 수면중 호흡장애가 있는 환자들은 심혈관계 질환에 이환될 가능성이 많고 사망률도 높다는 보고가 많다.

    △하지증후군과 주기적 사지 운동장애= 하지 불안 증후군은 가만히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 특히 자려고 누웠을 때 다리에서 불편함이 느껴지고, 벌레가 기어다니는 느낌이 들어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강한 충동이 생기고 사지를 움직여야 증상이 완화되며 저녁이나 밤에 하지의 증상이 악화되는 특징이 있다.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철분 결핍 상태, 요독증, 말초 신경병증, 신경근병증과 관련되어 있다. 주기적 사지 운동증은 잠이 든 후 밤새도록 20~40초 간격으로 움찔하는 동작이나 다리를 차는 정형화된 하지 운동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로 인해 깊은 잠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자주 깨어 주간 졸림 증상을 일으킨다.

    △렘수면 행동장애= 렘수면 행동장애는 렘수면 동안 정상적으로 발생하는 골격근의 무긴장증(atonia)이 소실되어 꿈의 내용을 행동화하는 수면질환으로 노인에서 호발한다. 발로 차고, 주먹으로 치고, 달리고, 소리를 지른다. 억제되지 않는 공격적이고 폭력적 행동으로 인해 자신이나 동침자가 다칠 수 있다. 독성 대사 이상, 약물이나 술의 금단 또는 중독, 항우울제는 급성 렘수면 행동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만성 렘수면 행동장애의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렘수면 행동장애는 퇴행성 신경 질환에서 맨 처음 나타나는 특징일 수 있다. 렘수면 행동장애를 진단 받은 환자의 50%에서 3~4년 내에 파킨슨병이나 다계통 위축(multiple system atrophy)이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동침자를 참여시키는 철저한 수면력 조사가 필요하고, 수면 다원 검사를 시행해 확진한다. 약물투여가 효과가 있다.

    △신체질환에 이차적인 수면장애= 여러 가지 신체질환들이 통증, 구역질, 감각이상, 호흡곤란, 위장-식도 역류 등의 결과로 불면증을 일으킨다.

    △정신질환에 이차적인 수면장애=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은 노년기에 수면장애의 흔한 원인이 된다. 노인층에서 주요 우울증환자의 약 50%가 수면장애를 보인다.

    △정신생리성 불면증= 지속적인 정신생리성 불면증은 종종 학습된 불면증 또는 행동성 불면증으로 불린다. 진단은 환자가 불면을 호소하면서 환자의 행동이 수면을 방해하는 학습된 연상들을 시사하면 내려진다. 여기에 더해서, 낮 동안 수면에 대해 강박적으로 생각하거나 안절부절못하게 되고 근육 긴장, 혈관수축 증가 등의 신체적 긴장감이 증가한다. 환자들은 졸려서 침실로 가면 오히려 긴장되고 정신이 맑아져서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호소한다.

    △치매에 이차적인 수면장애= 집에 거주하는 치매 노인의 19∼44%가 수면 문제를 갖고 있다. 야간에 착란, 배회, 안절부절 등 이상 행동을 보이고, 이로 인해 낮잠이 늘어난다. 하루 중 낮잠시간은 치매의 정도가 심할수록 길어진다. 치매 환자의 수면 문제로 인해 부양자의 고충이 증가하고, 장기 요양시설에 입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치매 환자의 수면 문제는 치매 자체가 일으킬 수도 있고, 복용하고 있는 약물이나 일주기 리듬 변화, 다른 질병, 우울증, 일차성 수면 질환들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다.

    수면장애는 노인에 흔한 문제이며, 삶의 질 및 각종 기능 저하와 사고, 질병, 사망과 관련되어 있다. 노인에서는 불면증 및 일차성 수면 질환인 수면 호흡 장애, 주기적 사지 운동증, 하지 불안 증후군, 렘수면 행동장애의 유병률이 높고, 다양한 신체 질환, 심인적 장애, 다약제 복용, 일주기 리듬 변화, 좋지 않은 수면 위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철저한 병력 조사 및 기저 질환에 대한 평가가 치료에 앞서 반드시 필요하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도움말= 창원 희연병원 신경과 전문의 이승연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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