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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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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안단테- 강지현 편집부 차장

  • 기사입력 : 2018-10-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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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해 간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정보는 자고 나면 새롭다. 속도가 생명인 시대,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더 속도를 높이자고. 삶은 늘 무언가에 쫓겨 허덕인다. 못 따라갈까 초조해하고 뒤처질까 조바심친다. 지금도 우리는 숨 고를 틈 없이 내달리고 있다. 음악의 템포에 비유하자면 프레스티시모(Prestissimo·매우 빠르고 다급하게)쯤 된다 할까.

    ▼템포(tempo signature)는 빠르기를 나타내는 음악 용어다. 경쾌하고 급박한 분위기의 곡은 빠른 속도를 나타내는 말로 표기한다. 프레스토(Presto)는 매우 빠르게, 비바체(Vivace)는 빠르고 생기있게, 비보(Vivo)는 힘차고 빠르게, 알레그로(Allegro)는 빠르게, 모데라토(Moderato)는 보통 빠르기로 연주하란 의미다. 반대로 조용하고 차분한 곡엔 이런 표기가 붙는다. 라르고(Largo·매우 느리고 폭넓게)나 렌토(Lento·느리고 무거운 느낌으로), 아다지오(Adagio·천천히 여유롭게 느리게), 안단테(Andante·걸음걸이 정도로 느리게).

    ▼‘나와 편히 있어줘/ 여름저녁 산들바람처럼 부드럽게 나를 만져줘/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안단테 안단테/ 그냥 기분 좋아지게 해줘.’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 2’에 나오는 아바(ABBA)의 노래 ‘안단테 안단테’의 일부다. 가사의 내용과 상관없이 이 곡이 나오는 대목에서 울컥했다는 후기가 많다. 후렴구처럼 반복되는 ‘안단테 안단테’가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아서일까. “천천히 가. 이제 좀 천천히 가도 돼.”

    ▼세상은 요구한다. 여유 부리지 말고 앞만 보고 달리라고. 그래서 우린 종종 잊곤 한다. 잠시 쉬어가는 법, 천천히 걷는 법 말이다. ‘나의 삶을 악보로 쓴다면 지금을 어떤 속도로 연주하고 있나요.’ 안단테를 주제로 한 여행사의 광고 문구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세상이 원하는 빠르기에 맞추려 너무 애쓰지 말자. 나만의 속도로 내 삶을 연주해 보자. 너무 빠르지 않게, 안단테 안단테.

    강지현 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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