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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출신 허수경 시인, 독일서 암투병 끝 별세

  • 기사입력 : 2018-10-04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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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주 출신 허수경 시인이 지난 3일 오후 독일 뮌스터에서 지병으로 타계했다. 향년 54세.

    고인은 경상대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1987년 ‘실천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등단 이듬해 낸 첫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와 1992년 낸 두 번째 시집 ‘혼자 가는 먼 집’ 두 권으로 20대 나이에 이미 한국 시단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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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2년 독일 뮌스터대학으로 유학길에 올라 고대동방고고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에서 공부하는 동안 시집 ‘내 영혼은 오래 되었으나’,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등을 쓰며 모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멀리서 날아온 시편에 국내 독자층은 위로를 받았다. 한 평론가는 고인에 대해 “물기 어린 마음이 빚은 비옥한 여성성의 언어로 우리 내면 깊숙한 곳의 허기와 슬픔을 노래해온 시인이다”고 평했다. 소설과 동화, 산문 등 다른 장르로도 활동하며 동서문학상, 전숙희 문학상, 이육사 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후 위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이어온 허 시인은 지난 2월 문인 후배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자신의 작품을 정리하는 작업을 부탁했다. 그 결과물로 지난 8월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펴낸 개정판이 세상에 나오기도 했다.

    지난여름 펴낸 개정판 산문집 ‘그대는 할 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에서 그는 마지막을 직감한 듯 “발굴을 하면서, 폐허가 된 옛 도시를 경험하면서, 인간의 도시들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았다”며 “도시뿐 아니라 우리 모두 이 지상에서 영원히 거처하지 못할 거라는 것도 사무치게 알았다”며 독자들에게 안녕을 고했다.

    허수경 시인의 유족으로는 독일에서 지도교수로 만나 결혼한 남편이 있다. 시인의 장례는 현지에서 수목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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